[이슈터치]사람이 미래라고 했는데 "오죽하면..."
-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두산인프라코어가 진행하고 있는 희망퇴직이 역풍을 심하게 맞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사무직 3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18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전 사무직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20대 신입사원도 희망퇴직 대상이 되고 있다. 입사하자마자 희망퇴직을 권고받은 젊은 사원들은 울분을 토했다.
두산그룹의 광고문구는 '사람이 미래다'이다. 차라리 이런 문구를 내건 광고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 역풍을 안맞았을지 모른다. '사람이 미래'라고 해놓고 다른 한쪽에서 신입사원을 자르냐는 비난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박용만 두산 회장은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시킨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두산을 향한 비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3세 신입사원까지 퇴직시키려 한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상태는 참으로 심각하다. 올 3분기까지 연결기준 5조54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기간 5조7131억원에 비해 3% 감소했다. 매출감소는 위험신호다.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일감이 줄고 생산이 준다는 의미다. 생산이 줄어드는데 고정비가 그대로라면 망한다.
그런데 두산인프라코어의 판매관리비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관리비는 9289억원이고, 올 3분기까지 누적 판관비는 1조72억원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비용이다. 채무에 따른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자산총계(연결기준)는 12조3386억원이며, 부채는 8조5657억원이다. 자본은 3조7728억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은 227%에 달한다.
부채가 많으니 금융비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3분기까지 누적 금융비용은 540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73억원보다 1831억원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얼마만큼 낼 수 있는지 계산하는 지수를 이자보상배율이라고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최소한 1이 넘어야 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고 남는게 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올 3분기까지 두산인프라코어의 누적 영업이익은 2240억원, 이자보상배율을 따지면 0.4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못미쳐 돈을 빌려 이자를 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 2464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장비와 공작기계 등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에도 희망적이지 않다. '알짜' 사업인 공작기계사업부는 내년초 매각한다. 이달 21일 매각 본입찰을 마감한다. 지금 상황에선 제값을 받기도 힘들어 보인다. 두산인프라는 4차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빚이 줄어들지 않자 사무직 전직원을 대상으로 인력감축에 나선 것이다.
매출은 줄고 빚은 늘어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상황은 우리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중국 경기침체와 엔저의 영향 등으로 어느 해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2의 IMF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생산성은 줄어들고 인건비 부담은 커지지만 강성노조 탓에 인력조정은 쉽지 않다. 인력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 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사람을 옮기는 것도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조 간부들에겐 감히 퇴직 권유도 못한다. 파업만 하면 매년 월급이 올라가니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노조 소속 생산직 직원에겐 희망퇴직 카드를 꺼낼 수 없으니 사무직 직원들만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고 있다. 급기야 신입사원까지 그 재물이 되고 있다.
강력한 노조 탓에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국 기업들도 해외로 이전하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기업의 해외 투자 규모는 2460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의 한국 투자 유입액은 1098억달러로 절반에 못미친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십여년간 베트남과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 2000억달러, 22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한국에 했다면 15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다.
'헬조선'과 '미래없는 한국'을 만드는 것은 진짜 누구일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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