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기]프리미엄 이코노미로 11시간 비행해보니…

루프트한자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이코노미보다 편도 300유로 높아
이코노미보다 50% 넓은 공간·23kg 수하물 2개 위탁가능 등 서비스 차별화

독일 국적기 루프트한자 B747-8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 News1 류종은 기자

(프랑크푸르트(독일)=뉴스1) 류종은 기자 = "이코노미 클래스는 경제적이지만 불편하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편하지만 비용이 2~3배 비싸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단 300유로(약 36만원)만 더 내면 비즈니스 클래스와 못지않은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 명품백을 사거나 유흥을 즐기는데 쓰는 돈을 편안한 여행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마틴 홀(25)씨는 루프트한자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한 이후,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면 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찾게 된다고 했다. 그는 3월초 홍콩여행을 갈 때도 마일리지를 이용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했다.

독일 국적기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11월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을 포함한 12개 장거리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도입했다. 순차적인 노선 확대를 통해 올 10월말까지 총 100개의 장거리 노선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부터 '인천~뮌헨' 노선에도 추가로 적용돼, 전체 '한·독 노선'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루프트한자 측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에 대해 "비용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가깝지만 서비스는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 공간이나 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2일 독일 출장길에서 경험해봤다. 이번에 이용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B747-8에 적용된 것으로, 오는 5월부터는 A380으로 바뀐다.

독일 국적기 루프트한자가 운항하는 B747-8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일반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50% 가량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 News1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은 23kg 수하물을 2개까지 실을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2배 더 많은 것이다. 기내 반입 수하물 규정 및 탑승절차는 일반 이코노미 클래스와 동일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의 경우 25유로(약 3만원)만 지불하면 비즈니스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었다.

루프트한자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좌석간격이 38인치, 좌석폭이 19인치, 최대 130도의 등받이 각도 등으로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50% 가량 공간이 넓다. 기내에 탑승하니 비즈니스 클래스처럼 웰컴 드링크가 제공됐다. 망고주스, 사과주스, 물 등 승객이 원하는 음료를 선택할 수 있었다.

좌석에는 칫솔, 귀마개, 안대 등을 포함한 어메니티킷(개인정비도구)가 비치돼 있다. 좌석 사이에는 비즈니스 클래스처럼 팔걸이가 장착돼 있고, 전기 콘센트도 있다. 통상 앞좌석 등받이에 설치된 테이블도 팔걸이에 있다. 시트엔 다리를 기댈 수 있는 발받침대도 있다. 모니터는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2인치 더 큰 12인치다.

실제 좌석공간은 제원상의 수치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다. 무릎공간은 신장 180cm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했다. 좌석폭도 넓어서 등받이에 편히 기댈수 있었다. 시트 소재는 루프트한자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동일한 것으로 제작돼 고급스러웠다. 착좌감의 경우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훨씬 편했다.

비행 중에는 2번의 기내식과 1번의 간식이 공식적으로 제공됐다. 기내식은 비즈니스 클래스처럼 별도의 메뉴 책자에서 고를 수 있었다. 기내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전용 도자기 식기에 담겨 제공됐다. 식판부터 유리잔까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만을 위해 제작된 것이다. 다만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는 이코노미 클래스와 동일하다. 루프트한자 측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만을 위한 기내식 개발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독일 국적기 루프트한자 B747-8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에 제공되는 기내식ⓒ News1 류종은 기자

인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약 11시간이 걸렸다. 비행이 끝나고 느낀 피로감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할 때보다 훨씬 덜했다. 항공권 가격은 편도 기준으로 300유로(약 36만원) 비쌌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출장 일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선택한 것 같았다.

루프트한자에 따르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이용객은 기존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 5%,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 65%, 신규 유입 승객 30% 등으로 구성됐다. 루프트한자는 장거리 노선 전체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가 설치되면 연간 15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연간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한편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대형 항공사들이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하는 저비용항공사(LCC)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개발한 상품 중 하나다. 영국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일본항공(JAL) 등 10여개의 전세계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도입했다. 다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rje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