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회장, 한진해운 계열분리 '꿈' 물거품되나?
한진해운 1500억 미상환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2대주주'
- 류종은 기자,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류종은 최명용 기자 =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긴급자금 1500억원을 지원하면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계열분리'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내년에 1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분의 15.4%를 갖게 돼 경영권 간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회장 조양호)은 3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시적인 자금 부족에 처해있는 한진해운에 대해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5.4%(1920만6146주)를 담보로 한진해운에 5.4%의 이자로 1500억원을 지원한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업황이 장기 침체에 놓이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지난 2006년 고(故) 조수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아내인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해오고 있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측은 이번 지원에 대해 한진해운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두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주채권 은행과 협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향후 한진해운의 독립경영 기조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지원으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으로 부터 계열분리를 준비해온 최은영 회장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최 회장은 최근 몇 년간 한진그룹 지분을 매각하며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를 준비해 왔다. 특히 지난 2011년 5월에는 대한항공 주식 4만3355주를 매각하고, 최 회장의 두 딸 조유경, 조유홍씨도 각각 대한항공 주식 1만8320주, 1만9160주를 매각했다. 또 지난해에는 정석기업 주식 4만4180주를 처분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간 한진그룹 측에서는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은 인정해줬지만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는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한진해운이 그룹에서 분리되면 한진그룹의 재계 서열이 떨어지고, '한진(육)-한진해운(해)-대한항공(공)'으로 이어지는 한진그룹의 물류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설립 당시, 투자은행(IB)쪽에서 한진해운홀딩스를 증손회사로 편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한진해운 측은 몇년간 추진해온 계열분리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반발했다. 한진그룹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일반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2015년 8월까지 대한항공(16.71%) 한국공항(10.7%) (주)한진(0.04%)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27.45%를 정리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긴급자금 지원은 한진해운 측에서 먼저 요청해서 진행된 것이고 계열분리를 막겠다는 의지로 한 것은 아니다"며 "해운업은 현금창출 능력이 높은 업종으로 한진해운의 경우 현재 일시적인 자금흐름에 문제가 있을 뿐 내년에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도 "대한항공의 경영권 간섭은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 상환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rje31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