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늘릴까

선진국 근로시간은 파트타임 감안한 시간
폭스바겐 근로시간 줄일 때 임금도 줄여

© News1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독일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아우디 포르쉐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생산하는 넘버원 자동차 메이커다. 해마다 최고 수익성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1990년대 초까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폭스바겐은 강성노조, 높은 임금, 경직된 노동 문화 등으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1992년 343만대였던 판매량은 다음해에 296만대로 줄었다. 독일 공장인원은 10만3000명으로 적정인원보다 3만명이 더 많았다. 그만큼 수익이 날 수 없었다.

폭스바겐은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폭스바겐은 결국 1993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하지만 인력 감축이 쉽지 않았다. 폭스바겐 노사는 근로시간 단축이란 카드를 꺼냈다. 폭스바겐은 1인당 주당 근로시간을 36.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줄였다. 그만큼 임금도 줄였다. 1인당 임금을 20% 안팎까지 깎았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는 대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회사는 2년간 고용을 보장했다.

얼마전 새누리당과 정부가 근로자 평균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했다. 주당 노동시간을 종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당정이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것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그만큼 늘리자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가 내걸은 고용률 70%를 맞추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근로자로서 당연히 환영할만한 법안이다. 그러나 당정의 의도한 대로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날까?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량은 당연히 줄어든다. 100명이 68시간동안 자동차 5대를 만든다고 치자. 그런데 52시간만 일한다면 5대를 만들 수가 없다. 그럼 5대를 만들기 위해 인력을 더 늘려야만 한다. 당정은 기업들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인력을 더 채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문제는 인건비다. 기업은 100명에게 주던 임금을 120명에게 나눠줘야 채산성이 맞다.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 방식인데, 이 구조라면 1인당 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조건을 수용할 노조가 얼마나 있을까.

폭스바겐 노조는 회사의 존폐 위기가 닥치고 나서 이같은 임금 삭감안을 수락했다. 그 이전까진 조합원들의 해외여행을 위해 전세기를 띄웠던 게 폭스바겐 노조였다.

우리나라의 일부 강성노조들은 1990년대초 폭스바겐 노조와 비슷하다. 정치세력화된 일부 노조원들은 회사 경영에 간섭하고 자녀들의 채용에 관여한다. 현대차 노조는 대학에 가지 않는 자녀들에게도 돈을 지급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노조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을 줄인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문제는 다시 임금단체협상의 쟁점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고, 노사 모두에게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해법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규직 근로자를 줄이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늘려서 인건비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법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지면 제품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은 역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억지로 강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기업이 잘되고 물건이 잘팔리면 채용하지 말래도 채용을 늘리는 게 기업이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주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억지로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했다간 있던 일자리마저 해외로 빼앗길 수 있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이 시점에, 산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고 있는 당정이 답답하다.

xpe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