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수준 근로시간? 생산성은 절반인데"

당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주근로시간 68시간→52시간으로
재계, 근로시간 주는 만큼 임금 줄어야..노사갈등 빌미
노동생산성 OECD 선진국 절반..시간제 근로직 확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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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재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당정합의에 반발하고 나섰다. 근로시간을 법을 통해 제한한다면 그만큼 생산성을 높이거나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시간제 일자리(파트타임)을 늘려야 한다. 근로시간이 주는 만큼 그만큼 임금도 줄여야 한다. 노동계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노사 갈등만 불거질 우려가 크다. 재계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신중히 처리하고 노사 자율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이날 새누리당과 정부는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현재 환노위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지난해 9월),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지난해 7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지난 5월)이 각각 대표발의한 근로시간단축법이 계류 중이다.

각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현행 주당 16시간까지 허용하는 휴일근로를 없애 주당 근로시간을 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정은 이날 개정안들을 바탕으로 연장근로 한도에 휴일근로를 포함시켜 총 근로시간 한도를 주 52시간으로 하는 원칙을 세웠다.

◇재계, 근로시간 줄이면 임금 줄여야 법정 근로시간은 현행 주 40시간이다. 여기에 월~금요일까지 가능한 연장근무 12시간,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가능한 휴일근로시간 8시간씩(총 16시간)을 합쳐 총 68시간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의 휴일근로시간인 16시간이 제외돼 총 52시간이 주당근로 시간 상한선이 된다. 52시간 이상은 노동자가 원해도 근무를 할 수 없으며, 기업이 이 시간을 넘겨 근로를 시킬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 받게 된다. 임금이 문제되는 것은 초과근로수당 지급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법정근로 시간인 40시간 이외에 근로에 대해 초과 근로수당을 지급한다. 초과근로가 가능한 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임금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더라고 같은 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며 "사용자 측에선 그만큼 임금을 줄여야 하는데 노동계가 이에 대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간을 줄인만큼 생산을 늘리려면 추가 투자 및 추가 고용이 필요한데 그만큼 기업 부담이 늘게 된다"며 "향후 노사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조치인 만큼 제도 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OECD 선진국 수준 근로시간..생산성은 절반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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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것은 2010년 노사정간 합의를 이룬 근로시간 단축 로드맵이 근간이다. 당시 노사정은 2020년까지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을 OECD 수준인 1800시간으로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163시간, OECD 평균은 1771시간이다. 독일은 1393시간으로 가장 짧고 미국이 1790시간으로 가장 길다.

문제는 노동생산성이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볼때 프랑스 96.6, 독일 94.6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46.9의 비중을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이다. OECD선진국은 필요에 따라 채용했다가 해촉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비중이 높다. 그만큼 근로시간이 짧고 노동생산성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노동 시장의 탄력성도 매우 높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근로시간만 비교하면 한국 근로시간이 길지만 이는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근로자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OECD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감축하려면 한국도 그만큼 파트타임 근로직을 확대해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긴 상당히 어렵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 세대 갈등도

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인위적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과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경직적 노동시장과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들에게 초과근로는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마지막 유연성을 제한하는 것은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특히 지불능력이 부족하고 만성적인 인력난에 직면한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인력난이 심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2010년 노사정이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 로드맵은 단계적 감축으로 합의한 바 있으나 이를 한꺼번에 적용하면 기업과 노동계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며 "당정은 노사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법 개정보다 산업현장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규제는 종전 노동조합등에 속한 정규직 근로자들만을 위한 것"이라며 "청년 구직자나 새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중소기업 노조간 불평등에 따른 갈등, 세대간 갈등까지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xpe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