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간식으로 먹는 세계인…김스낵으로 10개국 진출한 '담아'
[퍼스트클럽]여의도 증권맨으로 투자하다 '창업' 결심
창업 6년차에 해외 10개국 수출…푸드 스타트업 선도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장시온 기자
"스타트업들의 투자를 도와주는 게 제 일이었죠. 어느 순간 '직접 해보고 싶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전통을 재해석하는 '리밸류업' 시장이 한창 크던 때였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김'이었습니다."
한국의 전통 반찬 김을 '과자'로 탈바꿈해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담아'의 이현준 공동대표는 증권맨의 길을 접고 '창업'의 길을 가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담아는 우리나라의 국민 반찬인 '김'을 웰빙 스낵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김 전문 브랜드 '기역이미음'을 운영하는 K푸드 스타트업이다. 올해로 6년 차를 맞은 담아는 해외 10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처음 창업할 때부터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노렸다고 했다. 김을 외국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낵으로 재해석했다. K푸드로서 입증된 경쟁력과 함께, '생존'을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사람들은 '김'이라는 단어 자체를 잘 모른다. 특유의 바다향과 흐물거림도 싫어한다"며 "오히려 김에 내재된 부가가치가 엄청나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김은 대부분 원초 및 1차 가공된 조미김 형태다. 이를 한 번 더 가공하면 부가가치가 극대화될 거라고 확신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그의 가족은 대대로 김 생산업에 종사했다. 자연스레 기본 지식과 관심이 쌓였다. 그는 "높은 영양소와 상품성이 있는데도 1차 상품으로만 팔리는 걸 보고 한계와 잠재력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고향 후배이자 같은 '어부의 아들'인 박민식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담아를 창업했다. 회사 이름도, 브랜드명도 순 한글로 지었다. 'K-푸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김은 한국 수산물 수출 중 1위를 차지하며 '검은 반도체'로 불린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서 스낵과 건강식의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로 정착하며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 10년 김의 연평균 수출은 27%씩 성장했다.
그는 "미국만 해도 기타 해조류 스낵 시장이 한국보다 10배 가까이 크다"며 "사업이 크려면 레드오션인 한국을 벗어나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기역이미음은 김을 새로운 건강식 및 스낵으로 개발했다. 영양소를 살리면서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식물성단백질 스낵으로 탈바꿈시켰다. 튀기지 않고 4번 구운 스낵 김 제품은 경쟁제품과 달리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 모두 '제로'로 개발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창업 3년 차였던 2022년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로 꼽히는 '2022 파리 식품박람회' 참가업체로 선정됐고, 현재는 해외 10개국 시장을 뚫었다. 브라질, 대만, 포르투갈, 미국, 일본, 중국,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도 발주 제안이 왔다.
박민식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즐겨 먹는 스낵과자라고 하면 감자칩 정도밖에 없다. 글로벌을 평정하는 과자가 아니더라도,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정도라면 성공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담아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연 35억 원까지 올라왔다. 국내 매출의 2배 수준이다.
담아는 올해로 창업 6년 차다. '스타트업의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지나고 있다. 창업 초반에 집중되는 정부의 온정적 지원이 끊기기 시작하며 자금과 인력난이 본격화된다. 외부 환경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원초 가격이 급등해 마진을 포기하며 사업을 이어갔을 만큼 어려웠다.
두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부실 거래처를 정리하고 이익률을 높였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자본 잠식 상태에 오래 있다 보니 자금난에 빠지기 쉽다. 지난해부터 인력과 사업 확장 측면에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며 데스밸리를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K-푸드 스타트업인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는 '유통채널'이다.
박 대표는 "K뷰티는 실리콘투가 스타트업 제품을 선사입해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며 "K푸드가 K뷰티에 이은 성공가도를 달리려면, 푸드업계의 실리콘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 대표의 바램은 푸드 스타트업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이 대표는 "식품업계 스타트업은 정부의 성장 지원책에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며 "IT, AI 스타트업보다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점프업'의 잠재력만큼은 못지않다.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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