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수' '후'에 밀려난 시세이도·가네보 日화장품, 존재감 '뚝'
일본 화장품 수입 4년 사이 2151억 → 1471억… 32% 급감
'SK-Ⅱ' 순위권 밖으로… 6년 적자 '시세이도', 철수한 '오르비스'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이 존재감을 위협받고 있다. '설화수' '후' 등 토종 화장품 브랜드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SKⅡ'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2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2011년 2157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1475억5200만원으로 4년 사이 31.7%나 급감했다. 한국무역협회(KAIT) 통계에서도 같은 기간 2735억6500만원에서 1959억2900만원으로 28.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라네즈' '헤라' LG생활건강의 후 '숨' '오휘'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인기가 치솟자 일본 화장품이 덜 팔리게 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도 일본 화장품을 꺼리게 된 한 요인이다.
◇ 원전사태 이후 'Made in Japan' 숨기기… 모르고 사는 경우 많아
일부 브랜드는 원전 사태 이후 'Made in Japan'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줄어든 인지도에 출처를 확인하기 힘들어지면서 일본 브랜드인 줄 모르고 구매하는 소비자마저 생겨나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미국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공개한 '글로벌 브랜드 오리진 설문조사' 결과와 배치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와 중동지역 소비자 중 33%는 화장품을 고를 때 국적을 중요한 구매 결정요인으로 꼽았다. 또 미국·유럽 소비자와 비교했을 때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도드 닐슨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는 노하우, 연구‧개발 역량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어 개별 국가 시장에 품질이 높다는 인식을 준다"고 말했다.
닐슨 설문조사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고급 화장품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브랜드가 품질경쟁력을 갖추자 일본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일본 브랜드 SKⅡ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를 통해 2000년 국내에 들어왔을 때부터 인기가 높았다. 2012년까지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국내 면세 시장 매출 순위에서도 4위에 올랐다.
◇ SKⅡ 면세점 순위, 2012년 4위 → 2013년 10위권 밖 밀려나
SKⅡ 인기는 2013년부터 급격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설화수와 후 등이 고급화장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리던 때다. SKⅡ는 2013년 면세 시장 순위에서도 한순간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지금까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순위에선 국내 한방 화장품 브랜드 후와 설화수가 각각 1위, 2위에 올랐다.
SKⅡ는 지난해 10월 동화면세점 온·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다. 올해 1월부터 온라인 공식몰도 중단했다. 2014년 8월 문을 연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실적에도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기업인 미국P&G가 공시의무 없는 유한회사여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P&G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빈축을 샀기도 했다. 앞서 SK-II 매각설에 휩싸여 당시 이수경 한국P&G 사장이 해명해야 했다. 지속된 부진에 P&G는 지난해 10월 SK-II를 한국에 들여온 김주연 전무를 한국P&G 사장으로 임명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SKⅡ는 3년 전만 해도 매출 3~4위권에 있었는데 지금은 상위권에서 밀려나 있다"며 "최근 SKⅡ가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후쿠시마 사태와 중금속 파동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 브랜드들은 SKⅡ보다도 힘든 상황이다. 중소 규모 브랜드들은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 정도다.
한국시세이도는 6년째 적자를 내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793억원으로 전년 678억원보다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31억원에 달했다.
시세이도와 슈에무라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매장에서 지하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스메 데코르테도 1층 매장에서 철수했다.
◇ 적자에 철수, 소송까지… "日브랜드, 과거 영광 찾기 힘들듯"
DHC는 지난해 홍대·강남 등에 포진해 있던 직영매장을 철수한 후 주로 온라인몰과 CJ올리브영, GS왓슨스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후지필름이 만든 안티에이징 전문 브랜드 아스타리프트는 지난해 국내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현재는 쇼핑몰들이 재고를 처리 중이다. 오르비스 역시 부진 끝에 한국진출 14년 만인 지난해 2월 한국법인을 청산했다.
가네보는 미백 라인 화장품이 백반증을 일으키면서 집단소송을 제기한 일부 피해자들과 법적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추가 피해자가 계속 나타나 국내 소비자의 일본 화장품에 대한 거부감을 높이고 있다.
일본 브랜드 한 관계자는 "화장품 원가는 일본보다 낮은데 백화점수수료, 판매촉진비, 인건비는 더 비싸 운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브랜드가 과거의 영광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화장품이 프랑스 브랜드와 비견될 정도로 인기 좋았을 때도 있었지만 옛날 얘기가 됐다"며 "설화수와 후 등이 떠오르면서 일본 브랜드 선호도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SKⅡ 관계자는 "현재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매출 상위권에 올라있지 못한건 맞다"면서 "다만 지난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재고가 남지 않을 정도로 판매량이 늘어나 신규고객과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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