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급락할 때…왜 LPG값은 바로 내려가지 않을까
LPG 가격, 한달 동안 일정하다 월말에 급락…'계단식 변화'
'갑' 사우디아람코 가격 결정 구조 탓…아태지역 모두 비슷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올해 초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시차를 두고 하루씩 하락한 가운데,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은 일정 기간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다 한 번에 급격히 떨어지는 등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막대한 현재의 가격 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의 LPG 평균 가격은 리터당 721.88원으로 전날보다 0.03원 낮아지며 비슷했다. LPG 가격은 5월1일(리터당 745원)부터 이날까지 3%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며 큰 변동이 없었다.
이는 지난 4월30일 리터당 817원이던 LPG 가격이 다음날인 5월1일 745원으로 하루만에 8.8% 급락한 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3월 말에도 LPG 가격은 870원대에서 하루만에 810원대로 떨어진 후 4월 내내 그 가격대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가격이 한달 동안 지속하다 갑자기 급격히 꺾이고, 그 가격이 또 한달 동안 유지되는 등 계단식으로 변하는 LPG 가격은 등락에 일정한 흐름이 있는 휘발유 가격과 비교된다. 4월1일 리터당 1392원이었던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하루에 4~5원씩 꾸준히 내리면서 4월30일 리터당 1267원으로 한달 동안 125원 내리는 등 반대 모습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가 한 달에 한 번씩 정하는 LPG 가격을 국내 가스업체가 추종해 소비자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가격 결정 구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것처럼, LPG 가격은 아람코의 기준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가스업체들은 아람코가 매달 한 번씩 발표하는 계약가격(CP·Contract Price)을 결정하면, 매월 말 그 가격에 환율·운송비·마진·세금 등을 붙여 다음 달 국내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 변동이 월 단위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운송비 등은 매달 큰 차이가 없어서 실질적으로는 아람코가 발표하는 CP가 가격 결정 요인의 최대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세계 LPG 물량의 상당량을 아람코가 공급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셰일혁명 이후 미국에서 생산되는 LPG도 늘어났지만, 오랫동안 아람코를 위주로 형성된 가격 결정 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한 가스업체 관계자는 "현재 LPG 시장은 공급자가 갑인 특이한 구조"라며 "지금까지 아람코는 매달 가격을 정하면서 왜 이번 달은 이렇게 정했는지 설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지리적인 영향도 있다. 중동에서 생산되는 LPG는 페르시아만과 말라카 해협을 거쳐 바로 한국으로 들어오지만, 미국산 LPG는 멕시코만에서 남미 대륙을 크게 돌아 태평양을 건너와야 하기에 운송비가 비싸고 수송 기간도 한달 정도 더 걸린다. 유조선 같이 큰 배는 파나마 운하를 지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호주 등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도 아람코가 결정한 CP에 따라 자국 내 LPG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LPG 공급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이 구도가 바뀔지 여부도 달려있다고 본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각 사마다 수입선을 다변화 해 가정용 LPG의 미국 수입량도 늘리고 있다"며 "셰일혁명 이후 미국의 LPG 공급량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여서 현재의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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