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10명인데 6명만 타도 '삑~'…승강기 25년째 '1명=65kg' 기준탓

체중 증가 추세 반영 안돼, 국제기준 '1명=75kg'에 못 미쳐
안전처, 기준상향 검토…소급적용시 승강기 '대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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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철 기자 = #1. 직장인 A씨는 최근 점심식사 후 사무실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억울한 상황'을 맞았다. 정원 10명인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6~7명 밖에 타지 않았는데도 A씨가 탑승하자 '삑' 소리가 나며 정원초과 표시가 뜬 것. 건장한 체격의 A씨는 "그래도 내가 3인분은 아닌데"라고 투덜거렸지만 결국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2. 직장인 B씨는 점심 약속 시간에 늦어 서둘러 승강기에 올라탔다. 다음 층에서 보기에도 날씬해 보이는 여성 1명이 탑승하자 바로 정원 초과 경고음이 울렸다. 그 여성은 바로 내렸지만 15층을 내려가는 동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일반적으로 승강기가 만원이면 더 사람을 태울 수 없기 때문에 1층까지 직행한다. 하지만 만원은 아닌데 더 사람이 타지는 못하고, 모든 층을 다 서는 바람에 B씨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갔다.

상가나 오피스, 아파트 등의 엘리베이터(승강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승강기 내부가 여유로운데도 승객을 더 태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층수 표시기에 정원은 10명이라고 써있지만 실제로 10명을 모두 태울 수 있는 승강기도 별로 없다. 최대 정원과 실제 정원이 다른 승강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1992년부터 1인당 '65㎏' 계산…평균 체중 늘어나는데 기준 '불변'

건축법 64조에 따라 건축주는 6층 이상, 연면적 2000㎡ 이상인 건물을 건축하려면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건축법에는 건물의 크기, 면적에 따라 최소 설치해야하는 승강기의 대수가 정해져 있다. 건물 면적이 클 수록 더 많은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1대의 기준은 8인승 이상 15인승 이하다. 16인승이 넘어가는 승강기는 2대로 계산한다. 해당 법에서는 최소 탑승 인원수만 규정하고 있다.

1명당 65㎏의 기준은 1991년 12월 재정하고 1992년 7월 시행한 '승강기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다. 이후 해당법은 2012년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고 2013년 9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때도 기준 '65㎏'은 바뀌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이 실시한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에 따르면 20~40세 남성의 평균 몸무게는 2004년에 71.02㎏에서 2015년 73.79㎏로 늘었다. 20~40세 여성도 같은 기간 55.29㎏에서 56.59㎏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체중이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승강기 정원 규정이 이를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엘리베이터 업계 관계자는 "순수 몸무게로만 따지면 평균 65㎏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몸에 걸치고 있는 의류, 가방 등의 무게도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기준이 낮은 편인데 최대적재량을 다 채우지도 못한다. 최대 적재량을 넘길 경우 승강기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정원초과 경고등은 그보다 낮은 선에서 울리게 된다.

이 관계자는 "만약 최대 적재량이 1000㎏인 승강기의 경우 정원초과 기준을 한 900㎏ 정도에 맞춰 놓는다"며 "최대적재량을 넘기는 것 보다는 조금 적은 인원을 태우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7.6.19/뉴스1ⓒ News1 강대한 기자

◇ 정부도 기준 상향 조정 '만지작'... 소급 시 '대란' 가능성도

우리나라의 기준은 국제 기준과도 한참 동떨어져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승강기 탑승 인원에 대해 1인당 75㎏을 적용하고 있다. 65㎏를 적용한 국가는 우리나라, 일본 등 소수에 그쳤다.

정부도 승강기 인원 규정이 다소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처는 승강기 안전 검사 기준 등을 개정하기 위해 최근 외부기관에 연구 용역을 맡겼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단순히 사람 몸무게만으로 탑승 무게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소유물 등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국제 표준과 동일하게 적용할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약 정부가 1인의 기준을 75㎏로 상향하고 1대당 승강기 탑승 인원수 기준을 현재와 같은 8~15명으로 유지한다면, 건물주들은 지금보다 더 적재하중이 높은 승강기를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승강기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설치비용이 이전 대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승강기 제조사 관계자는 "새 기준이 적용되면 지금보다 더 커다란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며 "그만큼 실제 사용면적이 줄어드는 셈이라 지금보다 건물주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향된 기준을 이미 설치된 승강기에 소급 적용하는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승강기의 정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전에는 설치기준을 만족했던 엘리베이터가 기준 미달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65㎏ x 17명(적재하중 총 1105kg)의 승강기의 경우 65㎏ 기준을 평균 75㎏로 올릴 경우 이 승강기의 정원수는 14.7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기존에 16인승이 넘어 2대분으로 계산했던 승강기가 이제는 1대분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승강기를 2대 이상 설치해야 하는 규모의 건물이라면 추가로 새 승강기를 설치하거나 기존 통로를 확장해서 더 큰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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