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톡톡]파나마 운하를? 그럼 파나막스입니다

선박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구분
특정 운하·항로를 대명사로 쓰기도

편집자주 ...선박. 물에 떠서 사람·가축·물자를 싣고, 물 위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과거 충무공의 '거북선',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 등 선박은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도 선박은 자동차, 항공과 함께 인류의 주요 교통 수단 중 하나다. 비록 빠르기는 항공, 편리함은 자동차에 미치지 못 하지만 많은 화물과 사람을 일시에 수송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선박 이야기를 '선박 톡톡'을 통해 소개한다.

삼성중공업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 News1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현대중공업이 러시아의 국영선사로부터 천연액화가스(LNG) 추진 '아프라막스(AFRAMAX)'급 유조선의 수주를 따냈다"(지난달 현대중공업 수주기사 발췌)

조선 관련 기사들을 보면 가끔 생소한 용어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보통 'DWT(재화중량톤수)' 등의 단위("[선박톡톡]DWT? CGT? 선박에 쓰이는 알쏭달쏭한 단위들" 참고)을 쓰는데 위 기사에서는 갑자기 아프라막스라는 단어가 나온 것 처럼 말이다.

◇운하 통과 여부·경제성 고려한 벌크선들

보통 선박은 숫자로 전체 크기나 적재량을 나타내는 방식도 있지만 대명사를 이용해 대략적인 선박의 크기를 묘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선소들의 경우 이론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거의 모든 크기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 1DWT짜리도, 10만DWT짜리 배도 주문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수주계약을 맺을 때는 고객과 조선소 모두에게 편리하도록 소형, 중형, 대형 등으로 선박의 크기를 대략적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음식점의 주방장이 이론적으로 손님들이 원하는 탕수육의 갯수를 맞춰 제공할 수 있지만 보통 이해하기 쉽게 '대·중·소'로 나눠 파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핸디사이즈(Handy size)'는 소형 벌크선으로, 1만5000~4만5000DWT급의 선박을 말한다. 핸디사이즈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흘수가 얕으며 세계 어느 항구에도 입출항이 가능하다. 흔히 범용성이 가장 우수한 선형을 말한다. 벌크선은 곡물, 광석, 석탄 등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선창에 싣고 수송하는 화물선을 의미한다.

'파나막스(Panamax)'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대크기의 벌크선이나 유조선을 말한다. 파나마 운하는 폭 32.3m 때문에 선폭도 32.2m 이하, 최대 흘수 12m를 넘기면 안되는 것이 특징이다. 5만~8만DWT급의 선박들이다.

하지만 최근 파나마 운하 옆에 새로운 운하 건설이 완료되면서 이제 파나막스라는 용어는 조만간 사라질 수도 있다. 새 운하는 폭 49m, 길이 366m까지의 선박들이 통과할 수 있다. 이는 전세계 선박의 97% 가량이다.

일부 초대형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들이 파나마 운하를 지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번에 많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에 기존 파나막스급 선박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전망이다.

이외에 '케이프사이즈(Capesize)'는 10만~17만DWT급 선박으로, 기존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에는 큰 벌크선을 말한다. 남아메리카 남단의 케이프혼과 아프리카 남단의 케이프 오브 굿호프를 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동조선해양 18DWT급 벌크선.ⓒ News1

◇유조선, 항로에 따라 부르는 용어 다양…"최근 대형화 추세"

원유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도 항로에 따라 크기가 구분된다. '수에즈막스(Suezemax)'는 13만~15만DWT급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항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형을 말한다. 해당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폭은 64m에 달한다.

'아프라막스(AFRAMAX, Average Freight Rate Assesment Maximum)'는 운임, 선가 등을 고려했을 때 이윤을 창출하는 가장 경제적인 크기의 선박을 말한다. 흔히 아프리카산 원유를 운송하는데 가장 적합한 선박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8만~11만톤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용어다.

초대형 유조선(VLCC, Very Large Crude Oil Carrier)은 수에즈운하가 봉쇄돼 있는 기간 중 운하 통항 조선을 고려하지 않고 운항경제성을 고려해 출현한 선형이다. 흔히 20만DWT 이상인 선박을 의미한다.

이외에 40만DWT급 이상의 극초대형 유조선은 ULCC(Ultra Large Crude Oil Carrier)라고 부른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유조선의 경우 최근에는 작은 사이즈보다 VLCC 등 대형선박이 선호된다"며 "선박 가격이 수년전에 비해 대폭 하락하면서 한번에 많은 양을 실어나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주로 VLCC 이상 크기의 선박을 수주한다"며 "그 이하의 선박들은 성동조선 등 중형조선소들이 수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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