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6단체 "총파업 철회하고 대화로 해결해야"…뒷북 '성명'
노조 성과급 개선 요구 9개월, 총파업 결의 2개월만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6단체는 18일 삼성전자(005930) 노조의 총파업 계획과 관련해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자"며 고개를 숙이고 정부가 긴급 조정권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재계도 발걸음을 맞춘 셈이다. 다만 노조가 성과급 개선을 요구한 지 9개월여 만, 총파업을 결의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첫 성명을 내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경제단체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빨리 나서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함께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6단체는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18일간 총파업은 경제 근간을 흔들고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와 중앙노동위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기존 입장만 고수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이고 전 세계적 AI 반도체 수요 폭발과 메모리 초호황 사이클로 역사적 기회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이런 결정적 시기 대규모 파업은 국가적 기회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업 강행 시 글로벌 공급망 신뢰 훼손, 고객사 이탈, 국가 신용도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며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데 라인이 멈춰 서면 웨이퍼 대량 폐기와 장비 손상, 화학물질 유출 등 대형 안전사고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파업 강행 시 중소·중견 협력업체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도 붕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들 단체는 "협력업체들은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연쇄적인 조업 중단과 고용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글로벌 전자산업 전반의 부품 수급 불안으로 이어져 시장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6단체는 "사회적인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5조 원 성과급 규모는 2025년 전체 주주 배당금의 4배를 초과해 지속 가능한 투자 여력과 미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성과급은 법원에서도 '임금이 아니다'라고 결정 내린 사안이라 노사 간 단체 교섭 대상이 아닌 경영상 판단이고 해외 기업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배분하기로 약정하는 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연간 급여를 상회하는 금전을 직접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부적절하고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재계는 이어 "정부는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경제 및 산업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은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배분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힘을 실은 것이다.
다만 노조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배분 이후 각 기업 노조에서 비슷한 요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노사 관계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경총의 경우 사안의 경제적 파장과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 개별 기업 사안으로 치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삼성그룹 초기업노조)은 지난해 9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성과급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노조 측은 "최근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한 반면 삼성전자는 투명하지 않은 방식의 성과급 제도를 고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 3월 중순 삼성전자 노조 3개 단체(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는 올해 임금교섭을 앞두고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 및 상한 폐지를 주장하며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수 차례 교섭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며 진통을 겪어 왔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며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17일에는 정부가 긴급조정권마저 거론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김 총리의 긴급조정권 언급이 정부 공식 입장이라며 힘을 실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 임금 교섭은 18일 재개됐다.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 양측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제도화 및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해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는 대신 제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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