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두산도 '이것' 꽂혔다…'선점' 日과 한판 대결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핵심 '액추에이터
휴머노이드 원가 60% 차지…삼성·현대차·LG·두산, 내재화 '분주'
- 최동현 기자,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기범 기자 = 삼성·현대차·LG·두산 등 대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에 꽂혔다. 액추에이터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시장 전망이 밝은 데다 기존 확보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에서다.
액추에이터는 구동기와 감속기를 통칭하는 부품으로, 로봇의 관절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이 로봇의 지능을 좌우한다면,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피지컬 완성도'를 결정짓는 척도다.
대기업들이 액추에이터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일본과의 불꽃 경쟁도 예상된다. 현재 액추에이터는 일본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올 1월 미국 CES 2026에서 주목받았던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LG전자의 'LG클로이드'도 액추에이터는 외산에 의존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앞두고 '피지컬 주권'을 잡기 위한 내재화 움직임이 분주해진 이유다.
2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 세계 4위, 로봇 밀도 1위로 '로봇 활용도 지수'에서는 글로벌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산업용 로봇산업 종합 경쟁력'에서는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주요 6개국 중 6위로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런 격차는 '부품 공급망' 때문이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의 공장 도입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지만, 로봇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은 40% 남짓에 그치고 있다. 영구자석은 88.8%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정밀감속기와 제어기 등 모듈·부품군은 대부분 일본산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액추에이터는 사실상 전량을 일본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일본 나브테스코는 중·대형 산업용 로봇 RV 감속기 시장 점유율 60%를 장악 중이고,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는 소형·정밀 감속기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정밀 감속기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동작을 수행하는 핵심 구동장치로, 사람의 '관절'로 이해하면 쉽다. 전기모터나 유압, 공압으로 에너지를 받아 로봇의 신체를 구부리고 회전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로봇의 관절마다 액추에이터가 장착되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원가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액추에이터의 진짜 강점은 '역구동성'에 있다. 로봇에 외력(外力)이 가해졌을 때 로봇이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기술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식재료를 분류한다고 가정해 보자. 호박처럼 단단한 채소를 옮길 때와, 날달걀을 쥘 때 필요한 힘과 센서 제어는 완전히 다르다. 상황에 따라 힘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기반이 역구동성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환경에선 '완벽한 역구동성'이 필수 조건이다. 역구동성이 불완전하면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의 손을 사람이 잡거나, 사람과 로봇이 부딪혔을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로봇이 백텀블링을 한 뒤 넘어질 듯 말 듯 균형을 잡는 것도 역구동성과 정밀 제어 기술의 산물이다.
한국은 AI와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선 글로벌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로봇 부품 등 하드웨어(HW) 영역은 개화기 단계다. 15자유도(관절)와 고난도 역구동성 기술을 독자 개발한 위로보틱스 등 일부 스타트업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내 로보틱스 산업의 98.2%는 중소기업 위주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국내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테슬라는 전기차 모델 S와 X 생산 공장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제조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현대차그룹도 아틀라스의 현장 투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부품 내재화'가 당장의 개척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 프로토타입에 외산 액추에이터를 적용했다. 하지만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기 액추에이터 공급사로 선정하며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수십 년간 축적한 자동차 부품 전문성을 활용해 독자 액추에이터를 개발, 2028년까지 양산·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자체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신설했다. LG전자가 선보인 'LG클로이드'는 실내를 돌아다니며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거나 빨랫감을 개는 홈로봇이다. 소비자와 24시간 접촉하는 로봇인 만큼, 액추에이터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LG전자도 가전기업 고유의 모터 및 자율주행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설치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전반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지속 중이다. 국내 협동로봇 1위인 두산로보틱스도 정부·학계·기업이 협력하는 'K-휴머노이드 연합' 내에서 핵심부품 주관을 맡아 독자 액추에이터를 개발 중이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은 2023년 134억 달러(약 19조 원)에서 2040년 40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가는 "최근 로봇 기업들이 다수 생겨나면서 액추에이터 품질과 신뢰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외 선도업체를) 따라잡긴 매우 어렵다"며 "연구개발(R&D)을 촉진할 테스트베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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