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왕이 될 상인가"…OLED vs RGB, 프리미엄TV 경쟁 '승자'는

삼성이 쏘아올린 RGB 전쟁…中 TCL·하이센스도 참전
OLED-미니 LED 중간 포지션…'잭팟'일까 '반짝'일까

IFA2025 참관객이 중국 하이센스 부스에서 RGB-미니LED TV를 살펴보고 있다.2025.9.5/뉴스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를 필두로 중국 가전업체들이 RGB TV를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이 다시 불붙게 됐다. 기술적으론 OLED TV가 비교우위에 있지만, RGB TV가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어 '대세'를 잡을 주인공에 이목이 쏠린다.

OLED보다 우월? 업계선 '절레절레'…기술력도 삼성 '승'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5에서 세계 최초로 RGB 마이크로 LED TV(115형)를 공개했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도 질세라 RGB 미니 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중 TCL은 삼성전자보다 대면적인 163형 RGB 마이크로 LED TV를 출품했다.

RGB TV는 LCD TV의 핵심인 백라이트(백색 후면 광원)를 근본적으로 혁신한 제품이다. 기존 LCD TV가 단일한 백색 광원을 사용했다면, RGB TV는 백라이트 없이 초미세 빨강(R), 초록(G), 파랑(B) LED 소자를 사용해 색상을 독립적으로 정밀 제어할 수 있다. 색 재현도와 밝기가 월등히 앞선다.

먼저 짚을 점은 삼성전자와 중국업체의 '성능 차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마이크로 LED 소자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반면, 중국업체 제품은 미니 LED 소자 크기가 100~500㎛로 품질이 떨어진다. TCL이 내놓은 제품(163형)도 실제로 RGB 마이크로 LED 기술이 적용됐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RGB TV가 OLED TV보다 우월할까. 마이크로 RGB TV는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제정한 색 정확도 측정 지표인 BT2020 면적률 100%를 달성했다. 이는 기존 LCD TV는 물론, 미니 LED TV와 OLED TV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이센스는 RGB 미니LED TV를 소개하면서 "색 재현력과 표현력은 OLED를 훨씬 능가한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RGB TV가 OLED TV의 우수성을 뛰어넘긴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든 미니 LED든 RGB TV는 (백라이트가 필요한) 로컬 디밍(LCD 방식)이고, OLED TV는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픽셀 디밍"이라며 "실험실에서 단일 색상을 측정한 값이 클 순 있어도, 근본적으로 OLED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게 엔지니어들의 결론"이라고 했다.

IFA 2025가 열린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 마련된 '시티 큐브 베를린(City Cube Berlin)'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7/뉴스1
OLED TV 가격표 망설이던 소비층 겨냥…잭팟이거나 쪽박이거나

하지만 시장 수요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RGB TV는 OLED TV보다는 성능이 약간 떨어지지만, 미니 LED TV보다는 우월한 만큼 가격대도 그 중간 지점에 형성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TV를 구매하고 싶지만 OLED TV는 너무 비싸 망설이던 소비자를 겨냥해 만든 '절충안'이 RGB TV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LCD TV로 보급형 시장을 장악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미니 LED TV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LED TV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며 RGB TV의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RGB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한 이유 중 하나도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일단 승기는 삼성전자가 쥔 분위기다. 시중 제품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RGB 미니 LED TV 가격대(초대형 기준)는 성능이 더 우수한 삼성전자 마이크로 RGB LED TV와 엇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내년 초 RGB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RGB TV의 시장성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프리미엄 TV 시장의 수요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가전사업부장은 IFA 2025 간담회에서 "내년 초에는 98형, 85형, 75형, 65형 등 다양한 크기를 선보이겠다"며 "'이 정도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가격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RGB TV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프리미엄 TV 구매자는 가격보다는 성능을 보고 지갑을 여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어중간한 RGB TV는 외면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RGB TV가 미니 LED와 OLED의 중간에 포지셔닝한 것은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다"며 "1년 안에 사장(死藏)될 수 있다는 내부 전망도 있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