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끝났나…업계 "여전히 수요 견조"

서버, 모듈 등 주요 수요처 소극적 구매로 D램 가격 하락 전망 나와
"예전 슈퍼사이클 때도 일시적 하락" "내년 3분기부터는 재차 반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전경.(삼성전자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이 올해 4분기에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끝났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반도체 수급 상황에서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0~5%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렌드포스는 "PC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업체들의 높은 D램 재고 수준, D램 모듈 업체들의 재고 축소 움직임에 현물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20일부터 시작된 PC D램 모듈의 현물 가격 하락은 8월 3일까지 이어졌고, 그사이에 가격은 무려 32%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D램 가격 하락 전망 왜 나왔나

이 같은 D램 가격 하락세 이유로는 HP와 같은 주요 PC제조사와 아마존과 같은 주요 서버 고객들이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반도체 구매를 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반등했던 PC 수요가 계절성을 기반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그 탄력은 둔화되고 있고, 특히 중저가 중심의 수요 약화가 눈에 띄는데, OEM과 유통에서 모두 (메모리 반도체)재고 확충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Adata 등 모듈사들은 D램 업체들에게 추가적인 현물가 하락을 전망하면서 공급가 하락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D램 수요 내 현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지만, PC 고정가와 서버와 모바일 같은 기타 응용처의 선도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향후 현물가 관련한 문제가 지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서버 수요자들도 메모리 반도체 구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우 연구원은 "서버 업체들은 이전 공급 부족 국면에서 의도적인 2중, 3중 주문(더블부킹)을 통해 재고를 늘리는 전략을 썼고, 이제는 소극적인 구매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전방산업 세트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의 일시적 수요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이슈로 최근 메모리 고객사들의 구매 움직임이 다소 소극적으로 전환돼 4분기 반도체 가격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2021.2.1/뉴스1

◇업계 "반도체 수급 이상 없어…견조한 수요 지속"

D램 현물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4분기 고정거래가격 하락 전망이 나왔지만 업계는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견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4분기는 연말 IT기기 수요 증가로 인해 반도체 업계에서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수급 상황에서 딱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주가 하락으로 인해 업황과 관련한 우려섞인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예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도 일시적으로 하락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현장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기초체력에는 이상이 없다"며 "PC용 D램에서 일부 가격 하락이 전망되지만 서버나 모바일용 D램이 수요가 더 많고, 연말 IT기기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1주 미만으로 거의 없어 가격 급락이나 다운 사이클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4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메모리 반도체가 모멘텀 둔화 과정을 거친 후 늦어도 내년 3분기부터는 재차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직전 거래일 대비 1.91% 하락한 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작년 12월 23일(7만3900원) 이후 7개월여만에 최저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전일 대비 4.74% 내린 10만5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작년 11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10만원대가 붕괴하기도 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