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조인 SK하이닉스…상반기 설비투자 35% 감소
올 상반기 4조6360억원…작년보다 2조원 이상 줄어
R&D 지출은 1조7100억원으로 12% 늘어 '반기 최대'
- 주성호 기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세계 2위 메모리 제조사인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반도체 생산설비 관련 투자를 지난해보다 35%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상반기 이후 3년여만에 반기 설비 투자 규모가 5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발 핵심소재 수출규제 등으로 반도체 업계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덮치면서 '보수적 기조' 차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설비 관련 지출은 줄인 반면 올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액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100억원을 쏟아부어 눈길을 끌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를 위해 올 상반기 누적으로 기계장치·설비 등에 집행한 투자 금액은 4조63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7조1320억원)와 비교해 35% 감소한 수치다. 해당 기간 동안 SK하이닉스의 매출은 13조2249억원에서 15조8054억원으로 19.5% 늘었다.
SK하이닉스의 '반기 기준' 설비 투자가 4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7년 상반기 4조9690억원 이후 3년만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초호황 시절이던 2018년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8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간 설비투자 규모가 17조원을 초과했다.
그러다가 2019년엔 상반기 7조1320억원, 하반기 5조6150억원을 더해 총 12조7470억원을 지출했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감소는 이미 올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호황 수준에 접어들지 못한 데다가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월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당시 차진석 SK하이닉스 CFO 부사장도 "최근 시장환경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변수가 정상수준에 도달한 게 아니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면서 "기존의 보수적 투자와 생산 전략은 큰 변화없는 것이 회사의 큰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추세라면 2020년 연간 SK하이닉스의 설비 투자 규모는 10조원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10조3360억원을 기록했던 2017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실물 투자'를 줄이는 대신에 미래 경쟁력 강화의 원동력이 될 연구개발(R&D) 지출은 늘렸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R&D 투자 비용은 1조7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이는 역대 SK하이닉스의 '반기 기준' R&D 투자 최대 기록에 해당된다.
특히 올 상반기 R&D 투자 규모는 4년 전인 2016년 연간 지출액(1조8692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매년 R&D 투자를 늘려왔는데,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로 연간 지출 3조원을 돌파하며 최대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시설투자를 통한 캐파(생산능력) 증대보단 기술개발을 통한 공정전환으로 비용 절감과 고수익 창출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10나노 3세대(1z) 양산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2세대(1y)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지속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모바일과 게임 콘솔 중심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서버향 사업과 128단 이상 낸드와 SSD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품질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수익성 중심으로 제품을 운영해나갈 것"이라며 "시설투자와 캐파 운영은 기존 계획대로 보수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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