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강자' LG전자, 이젠 16조 글로벌 칠러 시장 노린다
차별화된 기술·품질유지 서비스…"총합 공조솔루션"
연매출 3500억…사우디·UAE 등 대형 프로젝트도 수주
- 손미혜 기자
(평택=뉴스1) 손미혜 기자 = 에어컨 부문에서 11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LG전자가 이제 16조원 규모의 글로벌 칠러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박영수 LG전자 칠러BD담당 상무는 27일 경기도 평택 칠러사업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LG전자는 소형 에어컨에서 대형 칠러까지 냉난방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국내 유일의 총합 솔루션을 갖춘 전문회사"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개발과 역량을 바탕으로 LG전자를 글로벌 1등 칠러 브랜드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칠러(Chiller)란 냉수를 이용해 공항, 쇼핑몰 등 초대형 건물이나 원자력 발전소 등 대형시설의 냉난방을 책임지는 공조시설이다. 에어컨이 찬 공기를 순환시켜 냉방을 하는 반면 칠러는 냉매를 이용해 냉각시킨 찬물을 순환시켜 건물 전체에 차가운 바람을 공급한다 방식이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기관 BSRIA에 따르면 세계 공조시장은 800억달러(약 91조8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칠러는 140억달러(약 15조9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 청소기 시장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LG전자가 칠러 산업에 눈독을 들인 까닭이다.
◇LG전자 50년 에어솔루션 역량 담은 '칠러'
LG전자는 지난 2011년 LS엠트론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칠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1968년 국내 최초 창문형 에어컨 생산에 성공한 이래 50여년간의 에어솔루션 역량을 축적해온 LG전자는 이를 통해 소형 에어컨에서 대형 칠러까지 냉난방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고 자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률 5% 이상의 수익을 올린 칠러 사업을 공조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연평균 1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총 2000억원을 투자해 전라북도 전주에 있던 칠러공장을 지난해 11월 현위치인 평택으로 옮긴 것도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다이킨, 트레인, 요크, 캐리어 등 글로벌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 선도업체들에 맞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15년 무급유 기술을 독자 개발했으며, 세계 최초로 '에어베어링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 및 '마그네틱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를 선보였다. 무급유(無給油) 기술은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아 제품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손꼽힌다. 에어베어링 방식은 윤활유를 대신해 냉매 가스가 윤활작용을 돕고,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은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해 마찰을 줄였다. 저용량 제품에 적합한 에어베어링 방식과 대용량 제품까지 적용가능한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을 모두 자체 개발한 경우는 선진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특히 LG전자는 칠러 제품 핵심부품 및 관련 기술을 100% 자체 개발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 제품 설계에서 생산, 유지보수까지 가능한 역량을 갖췄다. 이른바 LG전자가 자랑하는 '총합(總合) 에어솔루션'이다. 기존의 칠러 사업이 뛰어난 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면, 총합 솔루션은 고객들에게 에너지 관리, 차별화된 유지보수 서비스 등 종합적으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중동·동남아 중심으로 글로벌 B2B 칠러 시장 공략
LG전자는 차별화된 기술·서비스를 바탕으로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계약을 수차례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하남시 소재 아시아 최대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하남,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한국전력공사 나주본부 등에 LG전자의 칠러 제품이 설치됐다. 해외에서는 프랑스 부이그 본사,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복합발전소,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등에 공조 솔루션을 공급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 쿠라야 발전소는 쟁쟁한 미국계 경쟁사들을 제치고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는 국내 칠러 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생산·판매 인프라가 구축된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24시간 365일 공조 시스템이 필요한 중동(사우디아라비아, 이란, UAE 등)과 한국 건설업계가 상당수 진출한 동남아시아(베트남, 필리핀 등) 및 중국 등이 우선적인 목표다.
이상민 에어솔루션 B2B 해외영업담당 상무는 "칠러 사업은 고정 고객이 고정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다"면서도 "LG전자는 자사 또는 연계 파트너가 인프라를 갖춘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칠러 사업은 대형 B2B사업으로 고객과 장기적 관계유지를 위한 호흡이 중요하다"며 "LG전자는 긴호흡으로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개발·서비스해 탄탄한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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