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삼성전자, 뇌 닮은 반도체 개발…인공지능 공략
뇌 닮은 반도체 개발로 '인공지능' 시대 대비
- 장은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국내에서도 인간의 뇌를 닮은 반도체 시대가 열린다. 포문은 SK하이닉스가 열었다.
SK하이닉스는 13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와 강유전체 물질을 활용한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하이닉스는 향후 뉴로모픽(Neuromorphic, 뇌신경 모방)칩 개발을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뉴로모픽 칩...삼성도 SK도 뇌닮은 반도체 개발
뉴로모픽칩은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를 기반으로 사람 뇌의 사고과정을 모방한 반도체다. 삼성전자 역시 인간의 뇌처럼 적은 에너지로도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로 인간의 뇌를 닮은 '뉴로모픽'을 선정하고 관련 소자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컴퓨터는 단기기억(D램)과 장기기억(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또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연산(CPU)를 모두 따로 수행한다. 이처럼 주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CPU), 입출력장치 3단계로 구성된 컴퓨터 구조를 폰노이만 방식이라 부른다.
기존 폰노이만 방식은 속도와 효율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했다. 폰노이만 방식은 수치 계산이나 정밀하게 작성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탁월하지만, 이미지나 소리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데는 효율성이 낮다. 2012년 구글이 공개한 고양이 얼굴 자동인식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데 프로세서 1만 6000개가 필요했다.
반면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에서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한다. 전력소모가 적고 속도 역시 빠르다. 최근 빅데이터 시대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 중에는 사람과는 달리 기계가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비정형적인 문자·이미지·음성·영상 등이 혼재해 있는데, 뉴로모픽칩은 이러한 비정형적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뉴로모픽 컴퓨팅에서 과도한 하드웨어 사용에 따른 속도 감소, 전력 소비 증가와 같은 단점도 보완 가능하다.
◇저전력, 고효율 구현, 기초는 인간의 뇌
삼성전자와 퀄컴 등 반도체업계는 더 적은 전력을 쓰면서 고차원적인 연산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한 '뉴로모픽'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뉴로모픽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인공지능' 산업에서도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는 데이터가 입력되면 이를 순차적으로 처리를 한다. 순차 처리 방식의 컴퓨터가 병렬로 동작하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기억과 연산을 대량으로 병렬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게 뉴로모픽 기술의 핵심이다.
따로 작동되는 메모리와 CPU를 인간의 뇌처럼 합치는 것이다. 이를위해 삼성전자는 SSD에 CPU를 탑재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SK하이닉스와 스탠퍼드는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 개발을 위해 '강유전체(ferroelectrics: 强誘電體)'의 특성을 이용하기로 했다. 강유전체는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양·음극 분극이 일어나고 전기장을 가하면 분극이 바뀌는 물질이다.
뉴로모픽칩 연구에 활용될 강유전체는 전압 크기의 변화에 따라 분극 상태를 부분 조절할 수도 있다. 이는 전통적 컴퓨터가 데이터를 단순히 0이나 1 이진법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태로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뇌를 닮은 반도체 개발을 위해서는 의학계의 '뇌지도 연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삼성 종합기술원은 뇌 과학을 반도체에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화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일을 수행하는 기본 메커니즘인 뇌의 '가소성(plasticity)'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낙점한 미래기술육성사업에서도 뇌 기억 연구(서울대 박혜윤 교수)와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소재 기술(KIST 우성훈 박사), 고성능 저전력 딥러닝 하드웨어를 위한 근사적 메모리구조(서울대 이혁재 교수) 등의 연구가 선정됐다.
정성진 한국뇌연구원 정책센터장은 "최근 촉발된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미래산업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시발점"이라며 "산업계의 최대 이슈가 바로 인간의 뇌를 모사한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홍성주 부사장은 "이번 공동연구는 소자 공정 장비 재료 설계 등 각 참여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의 개발을 가속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탠퍼드대 요시오 니시(Yoshio Nishi) 교수 역시 "학계에서는 강유전체에 대한 많은 연구를 축적해 물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공동연구의 전망이 밝다"며 "미래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데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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