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저가화장품…소비자들, 저가상술에 멍든다
3만8000원에 달하는 제품도…저가제품 없애고 고가제품으로 대체하기도
이른바 '중저가' 마케팅을 채택한 화장품 브랜드들의 제품들의 가격이 실제로는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수준이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가게가 영업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다. /뉴스1 © News1 손형주 인턴기자
회사원 김모씨(29)는 대표적인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5000원짜리 선크림을 몇 년전부터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즐겨 사용하던 이 선크림이 어느날부터 슬쩍 사라진 탓이다. 대신 2만원에 가까운 선크림이 사라진 선크림을 대신하고 있었다. 화가 난 김씨는 '무늬만' 저가인 선크림 대신 일반 다른 브랜드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저가 화장품'은 정말로 '중저가'일까.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고가의 수입 화장품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로드샵 브랜드의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각 화장품 브랜드의 용량과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들이 크게 저렴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대표적 중저가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일반 중가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웃도는 제품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들 브랜드의 기초화장품을 살펴보면 고가의 제품군의 가격대는 2만~3만원에 달해 1만5000원으로 비교적 낮은 편인 평균가격을 무색하게 했다. 1㎖당 가격도 저렴한 편이 아니었다. 이들 고가 제품군의 1㎖당 가격대는 100원~200원으로 1㎖당 가격이 80원~250원 수준인 마몽드, 라네즈, 데이시스 등 중가 일반 브랜드 제품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색조화장품도 크게 저렴하지 않았다. 미샤의 'M 프리즘 파우더 팩트'의 가격은 1g당 1483원으로 1g당 가격이 1250원인 마몽드 '모이스처 파우더 팩트'보다 비쌌다.
더구나 일반 브랜드의 제품은 인터넷 오픈마켓 등에서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실제 구입가는 중저가 로드샵 브랜드 제품들이 훨씬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저가 브랜드 관계자는 "화장품 라인별로 타깃이 달라 가격대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0~40대를 타깃으로 한 안티에이징 제품은 3~4만원대의 고가로 책정하며 주머니가 얇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은 1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다"며 "고가의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두터운 라인은 중저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1이 조사한 결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저가 제품군도 실제 용량을 계산하면 크게 저렴하지는 않았다. 청소년을 겨냥해 출시된 토니모리 '디어미 쁘띠 코튼 비비크림'의 가격은 5800원이지만 용량은 30g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제품의 1g당 가격은 193원으로 중가 일반 브랜드의 비비크림과 비슷한 수준이다.
30~40대를 타깃으로 한 미샤의 타임 레볼루션 라인의 토너의 경우는 1㎖당 가격이 146원에서 246원으로 중가 화장품 브랜드인 아이오페의 '플랜트 스템셀 스킨 리뉴얼 소프너'(1㎖당 253원)와 엇비슷했다. 1㎖당 가격이 133원인 마몽드의 '에이지 컨트롤 스킨 소프너'에 비하면 오히려 비쌌다. 더페이스샵의 '인테비아 액티브 오리지널 토너'도 1㎖당 가격이 180원으로 저렴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고가의 제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여전히 이들 브랜드를 '저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중저가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비교 마케팅' 전략을 채택한 미샤의 일명 '보랏빛 앰플'. 가격은 4만2000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제공=에이블씨앤씨) © News1
미샤의 경우 시슬리·에스티로더 등 고가의 수입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비교 마케팅'을 승부수로 내세운다. 미샤는 이 전략 때문에 지난해 SK-Ⅱ에 소송을 당해 패소한 바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 18일 3만8000원대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화장품의 효능을 기대하는 간장녀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또 몇몇 브랜드의 경우 저가의 기존 제품은 단종시키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신제품을 출시하는 식으로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는 '얌체'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화장품 관련 유명 인터넷 카페의 우수 회원인 이모씨(24)는 "로드샵 브랜드들이 고가의 제품을 내놓고 저가의 제품을 단종하는 식으로 조금씩 값을 올린다"며 "특별한 가격 차이가 없다면 제조사도 확실한 중가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차라리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가격을 비교해가며 일반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게 더 쌀 때가 많다"며 "일반 브랜드 제품은 샘플이나 사은품도 많이 주니까 저가 브랜드는 할인 행사 때가 아니면 잘 찾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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