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늘자 면세점도 바뀌었다…'다이궁' 의존 낮추고 다국적 FIT 잡기

롯데免 외국인 구매객 74%↑·객단가 19%↓…FIT 매출 비중 11%→39%
중국 넘어 日·대만·동남아·미주로…K뷰티·K푸드 앞세워 고객 다변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모습. 2026.8.14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고객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의 대량 구매에 의존했던 면세점들이 최근에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대만·동남아·미주 등 다양한 국적의 개별관광객(FIT)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2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올해 1~8월 외국인 구매객 수는 상업성 고객을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약 7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객단가는 약 19% 감소했다. 고객은 크게 늘었지만 1인당 구매액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과거 면세점에서는 중국 다이궁이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고객 수로도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는 구조가 나타났다. 반면 FIT는 여행 과정에서 자신이 사용할 상품이나 선물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다이궁보다 1인당 구매액이 상대적으로 낮다.

롯데면세점의 FIT 매출 비중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2024년 1~8월 외국인 매출 가운데 FIT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39%까지 확대됐다.

외국인 고객은 늘었는데 객단가는↓…'큰손'에서 다국적 관광객으로

외국인 고객의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에서는 올해 중국·일본·대만·동남아 고객 등이 주요 외국인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베트남 고객 매출은 74% 증가했다.

현대면세점에서도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외국인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다.

중국·미국·대만·일본·베트남 등이 주요 방문 국가로 이들 국가의 고객 수가 모두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명동점의 올해 1~5월 중국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70% 증가한 반면 중국 고객 객단가는 약 15% 감소했다. 반대로 일본 고객의 객단가는 2024년 대비 약 181% 증가했다.

유럽과 미주 고객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명동점을 방문한 유럽 고객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32%, 미주 고객은 40% 증가했다.

명동점 외국인 매출에서 중국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5월 약 31%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낮아진 반면 동남아 고객 비중은 약 6%로 3.5%포인트 높아졌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외국인 고객 수와 객단가가 모두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고객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베트남·대만 등 중국 외 아시아권 고객 비중도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다.

면세점별 차이는 있지만 중국 단체·상업성 고객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국적의 개별관광객을 확보하려는 흐름은 공통적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내 신라면세점 매장 앞으로 여행객 등이 지나고 있다. 2025.9.19 ⓒ 뉴스1 박정호 기자
K뷰티·K푸드 앞으로…FIT 맞춰 상품도 바꾼다

고객 구성이 달라지면서 면세점의 상품 전략도 변하고 있다.

과거 다이궁이 대량 구매하던 일부 화장품·명품 브랜드에 집중하기보다 외국인 개별관광객이 한국 여행 과정에서 찾는 K뷰티·K푸드·건강기능식품·K패션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는 모습이다.

신세계면세점의 올해 1~5월 FIT 기준 K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명동점 식품·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약 130% 늘었다. K패션 브랜드 '김해김'은 FIT 매출 비중이 약 60%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 역시 K뷰티와 K푸드를 중심으로 FIT 선호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에스네이처·글루타넥스 등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를 도입하고 BTS 협업 푸드 브랜드 아리(ARIH), 롯데호텔 김치 등을 선보였다. 정관장과 협업한 '에브리타임 로얄 헬로키티 에디션'도 국내 면세업계 단독으로 출시했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K뷰티 브랜드 40여개를 모은 K-코스메틱존을 운영하고 있다. 무역센터점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높은 더마 화장품 등을 모은 K뷰티 편집숍 '스킨랩 서울'을 선보였다.

공항 면세점도 새 판…늘어난 FIT를 매출로

인천공항도 FIT 고객 확보를 위한 주요 격전지로 떠올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인천공항 DF1 구역에서 영업을 시작하며 약 3년 만에 공항 면세점에 복귀했다. 총 4094㎡ 규모의 15개 매장에서 24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면세점 역시 인천공항에 K뷰티 브랜드를 한데 모은 공간을 마련하고 알리페이·위챗페이 등을 통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면세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도 달라졌다. 과거처럼 소수의 다이궁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데 기대기 어려워진 만큼 더 많은 국적의 개별관광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객단가를 고객 수와 구매 빈도로 보완해야 한다.

K뷰티·K푸드·K패션 등 한국 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를 강화해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을 실제 면세점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궁 중심의 대량 구매 수요가 줄어든 이후 면세점들이 다양한 국적의 FIT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상품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방한 외국인 증가를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