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할인 사이트 막아 英법정 간 호카…이랜드의 '영업 재량'은

英 판매업체, 재고 할인 사이트 추진하다 데커스와 경쟁법 분쟁
前 한국 총판 "할인·시즌오프·출점 건건이 승인"…이랜드 계약은 비공개

호카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랜드월드(035650)가 새로운 국내 유통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향후 사업 확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그런데 호카의 해외 유통 방식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판매망 확대 못지않게 판매채널과 브랜드 운영을 본사가 세밀하게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당시 쌓인 호카 재고를 할인 판매하려던 유통업체와 호카 모회사 데커스 사이의 갈등이 경쟁법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한국의 기존 총판 역시 뉴스1에 할인율과 시즌오프, 프로모션부터 매장 출점까지 데커스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 등 자체 유통망을 가진 이랜드는 호카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영업 재량을 갖게 될까요.

쌓인 재고 할인 사이트서 시작된 英 법정 다툼

데커스 그룹의 영국 법인 데커스 UK(Deckers UK Limited)의 호카 유통망에 참여했던 영국 러닝 전문업체 업앤러닝(Up & Running)은 코로나19 당시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할인 전용 웹사이트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업앤러닝은 데커스의 선택적 유통망에 참여해 오프라인 매장과 자체 온라인몰 등에서 호카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계약에는 웹사이트를 통한 제품 판매에 데커스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업앤러닝은 2020년 7월 재고를 할인 판매할 별도 사이트 운영 승인을 요청했지만 데커스는 자사의 브랜드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업앤러닝은 같은 해 11월 해당 사이트를 열었고 데커스는 한 달 뒤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거래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분쟁은 경쟁법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영국의 경쟁법 전문 재판기구인 경쟁항소심판소(CAT)는 2024년 데커스가 영국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데커스가 항소하면서 결론이 뒤집혔습니다.

영국 항소법원은 올해 데커스 측 항소를 받아들여 CAT가 경쟁법상 잘못된 법적 기준을 적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쟁점은 단순히 호카 제품을 싸게 팔 수 있느냐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업앤러닝은 기존 매장과 승인된 자체 웹사이트에서 호카 제품을 할인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데커스가 문제 삼은 것은 기존 유통망과 별도로 만든 새로운 클리어런스 웹사이트였습니다.

결국 선택적 유통망을 운영하는 공급업체가 브랜드 전략을 이유로 새로운 온라인 판매채널을 제한한 것이 경쟁법상 허용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업앤러닝은 항소법원 판단에 불복해 영국 대법원에 상고허가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영국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데커스 UK와 업앤러닝 간 사건 페이지. 업앤러닝은 호카 할인 판매 사이트를 둘러싼 항소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허가를 신청했다. (영국 대법원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에서도 "할인부터 출점까지 건건이 승인"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서도 데커스가 호카 유통을 세밀하게 관리해왔다는 기존 국내 총판의 설명입니다.

기존 총판인 조이웍스는 뉴스1에 "호카의 할인율과 시즌오프 시점, 프로모션 방식은 아티클(품목)별로 하나하나 데커스의 승인을 받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렛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조이웍스 측은 "아울렛 프로모션 할인율도 동일하게 건건이 승인받는 구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규 점포 출점 역시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는 게 조이웍스 측 설명입니다.

조이웍스 측은 "매장 오픈은 아울렛이든 정상 매장이든 구분 없이 점포별로 모두 데커스의 승인을 받아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총판의 설명대로라면 할인폭과 시즌오프, 프로모션뿐 아니라 신규 출점까지 데커스의 개별 승인 절차가 적용됐던 셈입니다.

다만 영국에서 문제가 된 계약과 조이웍스의 한국 계약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영국 분쟁의 당사자는 데커스 UK이고 한국의 새로운 유통 파트너로 이랜드월드를 선정한 것은 데커스 아시아퍼시픽(Deckers Asia Pacific Limited)입니다. 같은 데커스 그룹에 속하지만 국가와 지역, 유통 파트너에 따라 계약조건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국 사건 역시 할인율 자체를 제한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정 다툼이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승인받지 않은 별도의 온라인 판매채널을 둘러싼 경쟁법적 판단이 핵심입니다.

데커스 입장에서 이 같은 유통관리는 호카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할인과 판매채널을 일정 수준 관리해 무분별한 가격 경쟁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막는 방식입니다.

반면 유통 파트너 입장에서는 할인과 프로모션, 출점 등에 어느 정도의 재량을 갖느냐가 사업 운영과 직결됩니다.

NC·뉴코아 가진 이랜드…호카에도 활용할까

이 때문에 새 국내 유통 파트너인 이랜드월드가 호카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영업 재량을 확보했는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랜드는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 등 자체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카 사업에서도 이 같은 유통망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출점 전략의 변수입니다.

특히 아울렛은 이월 상품의 할인 판매가 중요한 만큼 할인율과 시즌오프 시점, 입점 여부 등을 이랜드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가 실제 사업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이랜드와 데커스가 체결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뉴스1은 이랜드 측에 할인·시즌오프·프로모션·출점 등에 데커스의 승인이 필요한지 등을 질의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랜드 관계자는 "호카 관련 영업 계획이나 계약 내용은 현재 알지 못하고 외부에 발설할 수 없다"며 "정리가 되면 차근차근 말씀드리겠다"고 답했습니다.

데커스의 유통관리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자체 유통망과 영업 노하우가 강점인 이랜드 입장에서는 호카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을 확보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영국에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호카의 유통정책이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인 이랜드와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주목됩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