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키웠더니 대체당도 부담금…음료업계 "제품전략 다시 짜야"

김윤 의원, 가당음료 전반 부담금 추진…대체당 리터당 최대 50원
제로음료도 해당될 듯…레시피·신제품 포트폴리오 재검토 불가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제로 슈거 음료가 진열돼 있다. 2024.7.30 ⓒ 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정부의 당류 저감 정책과 소비자의 저당·저칼로리 선호에 맞춰 '제로' 제품을 키워온 음료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국회에서 설탕뿐 아니라 대체당이 들어간 음료에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다.

부담금이 현실화하면 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감수하거나 기존 제품의 배합을 바꾸는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로·저당 제품의 레시피부터 신제품 포트폴리오까지 다시 짜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탕 줄이라더니 대체당도 부담금…제로 전략에 새 변수

1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르면 이번 주 대표발의한다. 개정안은 첨가당 또는 대체당이 들어간 음료를 '감미음료'로 규정하고 제조·가공업자와 수입판매업자에게 '감미음료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은 음료 100mL당 첨가당이 5g 이상 10g 미만이면 L당 250원, 10g 이상이면 500원의 부담금을 물리도록 한다. 설탕 대신 대체당을 넣은 제품에도 L당 최대 50원의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종류와 함량별로 시행령에서 정한다.

이번 개정안은 앞서 국회에서 추진된, 이른바 '설탕부담금' 법안보다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올해 각각 첨가당이 들어간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에는 대체당 활용한 제로음료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정부의 당류 저감 정책은 올해 설탕부담금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어져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저감 표시 제품 활성화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제도 취지로 제시했다.

2024년에는 빵류와 아이스크림·빙과, 액상커피, 유산균음료 등으로 당류 저감 표시 대상을 확대했고 지난해에도 적용 품목을 추가했다. 정부가 수년간 당류를 줄인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넓혀온 셈이다.

이처럼 설탕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해 온 대체당까지 부담금 대상에 포함되면서 음료업계의 고민은 가격 인상 여부를 넘어 제품 전략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설탕을 줄이고 대체당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대체당에도 부담금이 매겨지면 기존보다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제로 탄산 음료. 2026.6.23 ⓒ 뉴스1 김도우 기자
맛 유지하면 비용 부담…배합 바꾸면 경쟁력 우려 '딜레마'

업계에서는 부담금 수준에 따라 기존 제품의 배합을 다시 설계하거나, 신제품 개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제로음료의 핵심 노하우는 아스파탐 등 여러 대체감미료를 일정 비율로 배합해 기존 제품과 비슷한 단맛을 내는 데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감미료 종류나 비율을 손대면 맛이 달라져 레시피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결국 제조사들은 설탕과 대체당 조합 가운데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합을 찾아 레시피를 다시 설계하거나, 부담금을 감수하고 기존 맛을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콜라, 사이다처럼 단맛이 제품 정체성과 직결된 품목은 당도를 낮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제로 제품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첨가당을 사용하는 이온음료도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법안은 특정 품목을 한정하지 않고 첨가당이나 대체당이 들어간 음료를 모두 '감미음료'로 규정해 이온음료가 포함될 여지도 크다. 하지만 이온음료의 당류는 운동 중 에너지 공급 등 제품 기능과도 연결돼 저당화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제조사로서는 기존 레시피를 유지하면 부담금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배합을 바꾸면 맛과 제품 경쟁력을 다시 검증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이에 따라 부담금 도입은 단순히 가격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존 제로·저당 제품 전반을 재설계하고 신제품 개발 방향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을 줄이고 대체당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해 왔는데, 대체당까지 부담금 대상이 되면 업체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다"며 "레시피를 다시 조정하거나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결국 제품 개발과 포트폴리오 전략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