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왜 이마트에 118억 빚졌나…20년 넘게 이어진 '묘한 채권'

2003년 이마트 사상점 임대보증금서 시작…사업자 바뀌며 홈플러스 채무로
2030년 2월 변제 원칙…임대차 종료·보증금 반환 땐 조기변제 가능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가 열린 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관계인, 민원인 등이 출입하고 있다. 2026.9.2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채권자 명단에 경쟁사 이마트가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홈플러스가 이마트에 갚아야 할 돈은 118억1000만 원이다. 일반적인 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이 아니라 20여 년 전 까르푸가 운영하던 부산 사상점의 임대차보증금에서 시작돼 여러 차례 사업자 변경을 거쳐 홈플러스의 채무로 남은 돈이다.

홈플러스는 해당 채권을 2030년 2월 변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사상점 임대차계약이 종료돼 관련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조기에 변제할 수 있는 조건을 회생계획에 담았다.

2030년 갚을 118억 원…보증금 돌려받으면 조기변제

4일 <뉴스1>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확인한 결과 이마트가 보유한 회생담보권은 원금과 개시 전 이자의 100%를 현금으로 변제하도록 했다. 현금변제액 전액을 2030년 2월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조항도 뒀다. 부산 사상점의 토지임대차계약과 이마트의 건물 임차 및 토지 전대차계약이 종료되고 건물과 토지가 인도될 경우 홈플러스가 토지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실제 반환받은 범위에서 이마트에 조기변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회생계획상 장기 변제액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연 4.14%의 할인율도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마트가 118억1000만 원 전액을 2030년 이전에 돌려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조기변제 여부와 금액은 관련 임대차계약 종료와 홈플러스가 토지 임대인에게 돌려받는 보증금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이마트 사상점은 정상 영업 중이다. 이마트 측은 사상점이 기존 임대차계약에 따라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보증금 반환 문제 역시 현재 점포 운영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계약이 종료되고 점포를 인도하는 시점에 보증금을 반환받는 통상적인 임대차 관계라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관리인 보고서 일부 내용.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갈무리)
경쟁사가 채권자가 된 이유…2003년 '까르푸'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마트가 홈플러스에 118억1000만 원의 채권을 갖게 된 사연은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사상점은 당초 한국까르푸가 운영하던 점포였다. 2003년 이마트가 까르푸가 운영하던 사상점을 임차하면서 약 118억 원 규모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이 형성됐고 이후 이마트 사상점으로 운영해왔다.

이마트 사상점은 홈플러스 서부산점과 불과 10m가량 떨어져 있어 오랜 기간 두 대형마트가 맞붙어온 곳이기도 하다.

채권 관계는 유통업체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까르푸는 200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사업을 이랜드에 매각했고 이랜드는 홈에버를 운영했다. 이후 2008년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사상점과 관련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도 홈플러스로 이어졌다.

20여 년 전 까르푸와 이마트 사이에서 시작된 임대차 관계가 까르푸의 한국 철수와 홈에버, 홈플러스 인수를 거쳐 현재는 이마트가 홈플러스의 회생담보권자가 되는 관계로 남은 셈이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