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길 열렸지만 폐점업체는 막막…"수억 투자비 어쩌나"

200~400평 헬스장 "시설에 7~8억 투자…폐점하면 매몰비용"
보증금은 회생채권·보상금은 공익채권…"구체적 보상 기준은 불투명"

2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가 열린다. 관계인집회는 회생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 주주 등 회생안을 심리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회생담보권자조 75% 이상, 회생채권자조 66.7% 이상, 주주조 50%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6.9.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로 홈플러스가 청산 위기를 넘겼지만 이미 문을 닫은 점포의 입점업체들은 폐점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헬스장처럼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업체들은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인테리어와 시설을 회수하지 못한 채 영업 기반까지 잃게 됐다.

직원과 납품업체 피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았던 폐점 입점업체의 매몰비용과 보상 문제도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7억~8억 원 들여 만들었는데"…폐점에 투자비 날릴 판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폐점 점포에서 영업하던 일부 입점업체들은 폐점 이후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 등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

경남 밀양점 등 홈플러스에서 헬스장을 운영했던 한 업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관계인집회에 참석해 폐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 업체는 홈플러스에 입점해 약 200~400평 규모의 헬스장을 운영해 왔다. 매장을 조성할 때마다 인테리어와 각종 시설에 수억 원을 투자했지만 점포가 폐점하면서 해당 시설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대표는 "임대기간이 7년에서 10년 남은 사람도 있는데 폐점하면 투자비를 그대로 버려야 한다"며 "다른 업체는 5~6평인 곳도 있지만 우리는 200~400평 규모여서 한 번 시설을 만들 때 7억~8억 원씩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형 시설은 다른 점포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기존 인테리어를 그대로 이전하기 어려운 데다 새로운 장소에서 영업하려면 다시 상당한 시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폐점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선제적으로 환불해 회원 대상 미지급금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누적된 영업손실과 시설 투자비는 업체 부담으로 남았다.

대표는 "1년 6개월 동안 계속 적자가 나는 것을 메워왔는데 직원들도 하루아침에 60명 넘게 실업자가 됐고 퇴직금도 못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폐업을 앞둔 30일 대구 동구 홈플러스 동촌점 입구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해당 점포는 2월1일 폐업한다. 2026.1.30 ⓒ 뉴스1 이성덕 기자
"30~50%라도 보상해야"…폐점업체들 호소

폐점 입점업체들은 이주비와 보상금이 실제 피해를 보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특히 초기 시설 투자비가 많고 임대계약 기간이 많이 남은 업체일수록 단순한 이전비 지원만으로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헬스장 업체 대표는 "영업하는 사람은 당장 어떻게 벌어서라도 갈 수 있지만 폐점하면 투자한 것을 그대로 버리고 가야 한다"며 "아무런 보상도 없이 10년을 기다리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폐점에 따른 피해의 30~50% 정도라도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홈플러스 폐점 점포 입점업체들은 그동안에도 폐점 과정에서 지급되는 이주비와 보상금이 실제 이전 비용과 시설 투자 손실 등에 미치지 못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보증금은 회생채권, 보상금은 공익채권…"조기 상환 노력"

홈플러스 측은 폐점 입점업체의 보증금은 회생채권으로, 폐점에 따른 보상금은 공익채권으로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채권으로 분류된 보증금은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가 이뤄지는 반면 공익채권은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홈플러스는 입점업체의 공익채권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폐점 입점업체에 지급할 구체적인 보상금 규모와 업체당 평균 보상액, 산정 기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억 원의 시설 투자비를 들였거나 계약기간이 상당 기간 남은 업체가 실제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된 데 이어 법원의 인가를 받으며 청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회생 과정에서 점포 폐점이 이어진 만큼 직원과 납품업체뿐 아니라 점포에 입점해 영업해 온 사업자들의 시설 투자비와 고용 손실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향후 회생계획 이행 과정의 과제로 남았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