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질주하는 K라면…삼성·LG 출신 '글로벌 베테랑' 모셨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 글로벌 경험 갖춘 임원 영입
단순 수출 넘어 현지 생산·법인 운영 확대…"글로벌 경영 역량 강화"

올해 6월 멕시코 과달라하라 차풀페텍 거리에 위치한 한국 라면 가게에서 멕시코 시민들이 라면을 즐기고 있는 모습. 2026.6.16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국내 라면업계가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삼성, LG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했다. 이른바 'K라면' 수요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늘면서, 현지 법인 운영과 공급망 관리 등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은 최근 이태진 해외사업관리팀장(상무)을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무는 LG전자에서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등 기존 주력 시장을 넘어 유럽과 동남아시아로 해외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해외 판매법인을 직접 이끈 경험이 있는 이 상무의 합류도 이 같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삼양식품(003230)도 올해 4월 박지완 글로벌 SCM본부장(상무)을 영입했다. 박 상무는 삼성전자에서 약 9년간 영업, SCM(공급망관리), 물류기획, 지역전문가, PM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고 이후 LG전자에서도 16년간 SCM 관련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해외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삼양식품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 중요성도 한층 커졌다. 박 상무 영입 역시 늘어난 해외 수요에 대응해 글로벌 공급망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오뚜기(007310)는 이보다 앞선 2023년 11월 LG전자 출신의 김경호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액센츄어타이완 지사장과 LG전자 CIO 정보전략팀장·BS유럽사업담당 등을 지낸 글로벌 사업 전문가다. 현재 미국법인장을 맡고 있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사위 김재우 씨의 부친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는 모습. 2026.6.16 ⓒ 뉴스1 김민지 기자
해외 법인 운영 노하우 갖춘 삼성·LG맨…K라면 글로벌 확장 '적임자'

라면업계가 삼성, LG 출신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K푸드 열풍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 사업이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해외에서 한국 라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해외 경험을 갖춘 인재를 앞세워 신규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전문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 국가별 영업 전략부터 물류, SCM까지 사업 전반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찌감치 글로벌 사업 경험을 축적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출신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양사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판매법인을 운영해 온 만큼 현지 영업과 법인 운영, 생산, SCM 등 해외 사업 전반을 경험한 인재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국내 중심으로 성장해 온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이들의 경험을 활용해 해외 사업 확대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 국가별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현지 조직과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의 해외 사업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관련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글로벌 사업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 출신 인력을 영입해 해외 사업 역량을 빠르게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