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징금으로 상생이 희생된다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상품학회장) =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 대한 과징금 심의에 착수했다. 최혜대우 요구, 자사배달 우대, 끼워팔기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두 회사가 부담할 과징금은 총 7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불공정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함께 생각해 볼 지점은, 과징금이라는 처방이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얼마나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배달 플랫폼 시장은 소비자·음식점·라이더의 '삼각편익'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다. 어느 한 축이 흔들리면 나머지 두 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생태계에서 거액의 과징금은 플랫폼 기업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재무 여력이 줄어들면 상생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함께 위축될 수 있다. 배달비 지원, 소상공인 대상 광고·마케팅 지원 같은 항목들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예산이기 때문에,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조정 대상이 되기 쉽다.
결국 과징금이 겨냥한 것은 플랫폼이지만, 그 여파는 정작 보호하려던 소상공인과 라이더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배민과 쿠팡이츠는 앞서 공정위에 총 3600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담은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입점업체 수수료 인하, 배달비 지원, 교육 인프라 확충, 창업·재기 지원 등 소상공인과 라이더의 편익이 발생하는 항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동의의결이 기각되고 본안 심의를 거쳐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그 금액은 국고로 귀속되는 반면 애초 상생안에 담겼던 지원은 함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동의의결이 받아들여졌다면 3600억 원 규모의 상생 지원이 소상공인과 라이더에게 비교적 직접적으로 돌아갔을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제도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현장의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한국상품학회 정책포럼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배달앱 수수료에 인위적인 상한을 두면 플랫폼의 매출과 기업가치가 줄어들고, 그로 인한 손실 일부가 소비자나 입점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소비자 상당수가 무료배달이 사라지면 배달 이용을 줄이겠다고 답한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규제의 취지가 타당하더라도, 시장의 다면적 역학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제도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거 정태적 제로섬(zero-sum) 게임을 가정하여 만들어진 대형마트 영업규제 사례가 반면교사의 시사점을 준다.
물론 불공정 행위를 가볍게 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재를 설계할 때 강도와 방식은 구분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규제가 산업의 변화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일회성의 대규모 과징금보다는, 시정명령과 이행 점검을 병행하며 단계적으로 개선을 유도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서 더 실효적일 수 있다. 기업이 스스로 상생 방안을 이행하도록 유인을 주는 접근과, 제재를 통한 접근이 함께 균형을 이룰 때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플랫폼에 대한 제재 수위 자체보다는, 소비자·음식점·라이더의 삼각편익과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시장 설계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과징금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그 수단이 본래 보호하고자 했던 이들에게 의도치 않은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다 균형잡힌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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