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대형마트 규제, 이번엔 풀리나…새벽배송·의무휴업 '갑론을박'

업계 "새벽배송 허용보다 의무휴업 폐지가 먼저"
노동계·소상공인 반발…정부 조율 '관건'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육류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7.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최근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14년간 유지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이해관계자 간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의무휴업일 폐지와 새벽배송 허용 여부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의무휴업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노동계와 소상공인 등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1년에 24일 '대목' 놓치고 새벽배송 막히고…e커머스와 형평성 논란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국회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국회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규제를 도입했다. 당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가 주요 명분이었다.

규제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영업시간 제한, 매월 이틀(통상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쉬게 하는 의무휴업이 골자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5건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규제 중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새벽 시간대에도 포장과 반출, 배송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의무 휴업일 해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아니라 의무 휴업에 대한 규제 해소가 더 절실하다"며 "우리는 각 점포가 곧 물류센터인데, 새벽배송을 풀어줘봤자 의무 휴업이 있는 날에는 업무를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유통업계 전체의 구조가 바뀐 것도 고려해야 할 점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19년 20%를 넘었던 대형마트의 전체 유통시장 점유율은 올해 5월 기준 8.1%로 줄었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 점유율은 58%를 넘어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형마트만을 규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말 매출이 평일 매출보다 한 1.5배는 나오기 때문에 대형마트는 주말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데 현행 구조에서는 1년에 일요일 24일을 문을 닫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이제 e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이라며 "결국 마트를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키즈카페 등 콘텐츠를 늘려서 고객이 머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행 의무휴업 제도가 큰 타격을 입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 2026.2.6 ⓒ 뉴스1 권현진 기자
소상공인·노동계 반발 여전…"야간노동 제한, 최소한 안전망"

규제 완화를 위해 소상공인, 노동계 등의 반발을 넘어야 하는 것도 관건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산업통상부가 지난 21일 대형마트와 관련 협회가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며 "야간노동 제한과 의무휴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합의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지난 22일 "자본력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대형마트가 점포를 활용해 새벽배송까지 확대할 경우 동네 중소 슈퍼마켓은 가격 경쟁과 배송 경쟁 모두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시민·노동단체 등이 참여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 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정부가 완전히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다"며 "뜬금없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정책을 내놓고, 민주적 절차도 없이 강행하려는 산업통상부는 즉각 논의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