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도 근로자" 판결, 배달앱 전반으로 번질까…업계 "개별 사례" 선긋기

서울고법, 휴가 보고·배차 제재·복장 지침 등 근거로 근로자성 인정
업계 "플랫폼이 곧 사용자란 뜻 아냐…실제 지휘·감독 여부가 핵심"

2월 2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네거리 인근에 갑작스레 많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배달 라이더가 신호 대기 중 눈을 맞고 있다. 2026.2.24 ⓒ 뉴스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배달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내놓았지만, 배달 플랫폼 업계는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이번 판결이 모든 배달 플랫폼의 사용자성 인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법원이 주목한 것은 플랫폼 사업 모델 자체가 아니라 해당 배달대행사가 라이더의 근무시간과 배차, 휴가, 복장, 제재 등을 구체적으로 관리·감독했다는 개별 사실관계였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라이더는 통상 근로계약을 맺은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돼 왔다. 업체들은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에 앱에 접속해 주문을 수행하고, 복수 플랫폼 이용이나 겸업도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는 다르다고 주장해 왔다.

배달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형 배달앱의 일반적인 라이더 운영 구조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특정 소규모 배달대행사의 사안에 대한 판단"이라며 "근무시간을 정하고 관리직이 라이더를 관리하는 등 일반적인 배달 플랫폼과는 운영 방식이 달랐다"고 말했다.

대형 배달앱의 경우 라이더가 앱에 등록한 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운행을 시작하고 주문을 수행하는 방식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출퇴근이나 휴가를 보고하는 구조가 아니고, 근무시간을 회사가 정해놓고 관리하는 방식도 아니다"라며 "이번 판결이 곧바로 배달 플랫폼 전반의 사용자성 인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별 운영 방식도 다르다고 설명한다. 주문 중개만 하는 구조, 앱을 통한 라이더 직접 등록 방식, 협력사 계약 방식 등이 혼재해 있는 만큼 특정 대행사 판결을 업계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한 핵심은 '상당한 지휘·감독'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배달대행사는 관리자용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더의 출퇴근과 휴식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라이더가 조퇴하거나 휴가를 사용할 경우 팀장에게 사유를 보고하도록 했고, 정당한 사유 없이 결근하면 팀장이 전화나 문자로 출근을 독려하거나 직접 면담했다.

배차와 복장 관리도 판단 근거가 됐다. 라이더가 배차가 완료된 주문을 임의로 취소하면 누진 페널티가 부과됐고, 배차 취소가 잦은 라이더는 스스로 배차를 취소할 수 없도록 제한됐다. 회사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반바지, 민소매, 슬리퍼 착용 금지와 문신 노출 자제 등도 공지했다.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노동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24.11.10 ⓒ 뉴스1 김성진 기자
쟁점은 '플랫폼' 아닌 '상당한 지휘·감독'

쟁점은 플랫폼을 통해 일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계약서 명칭보다 실제 노무 제공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라이더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했는지, 업체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했는지, 보수와 제재 수단을 사실상 통제했는지가 핵심 기준이다.

이번 판결도 배달 플랫폼이라는 사업 형태 전체를 근로계약 관계로 본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의 운영 방식이 사실상 근무 관리와 업무지시에 가까웠다고 본 데 의미가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이번 판결이 '모든 배달 라이더의 근로자성 인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가 마치 모든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보편적 판단처럼 비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며 "각 업체의 실제 관리·통제 수준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지는 세금, 보험, 퇴직금, 사용자 책임 등 여러 제도가 함께 맞물린 문제"라며 "개별 사건 판결 하나로 플랫폼 노동 전체의 법적 지위가 곧바로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플랫폼 업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이 알고리즘과 관리자 지시, 페널티 등 간접적인 통제 수단도 지휘·감독의 근거로 본 만큼, 배달 플랫폼과 대행사들은 라이더 운영 방식 전반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플랫폼이라는 형식보다 실제 업무 관리와 통제 수준이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