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보다 심각한 '몸캠피싱'…"지급정지 등 구제 정책 적용돼야"
정부, 보이스피싱 비대면 지급정지·피해구제 신청 프로세스 도입
보이스피싱, 신고 즉시 지급정지 가능…몸캠피싱은 사법절차로 '골든타임' 놓쳐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보이스피싱으로 억울하게 계좌가 지급정지된 피해자가 비대면으로 피해구제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된 가운데, '몸캠피싱' 범죄 피해자에게도 이같은 구제 정책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디지털 범죄 대응 기업 라바웨이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 앱으로 지급정지와 피해구제 신청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금융권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몸캠피싱 범죄은 데이팅 앱과 랜덤채팅으로 가해자가 접근해 영상통화를 유도하고 '화질 개선'을 명목으로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후 신체 영상, 이미지와 지인 연락처를 탈취해 유포한다는 협박을 통해 금전을 갈취하는 전형적인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는 범죄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발표에는 '중고거래 사기, 몸캠 피싱 등 보이스피싱이 아닌 다른 범죄 피해는 이번 비대면 신청 대상이 아니다'라는 단서가 붙어 신체 영상 유포 협박으로 금전 갈취를 당하는 몸캠피싱 피해자가 제외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지적이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사기이용계좌에 대한 즉각적 지급정지와 피해금 환급 절차를 규정하는 국내 유일한 특별법이다.
다만 적용 대상이 보이스피싱에 한정돼 있고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제외하도록 규정돼 있다.
몸캠피싱은 피해자가 스스로 송금 버튼을 눌렀다는 이유로 '개인 간 상거래 분쟁' 또는 '재화·용역 거래를 가장한 사기'로 분류돼 지급정지 대상에서 배제된다.
전문가들은 지급정지 제도의 적용 대상이 15년째 보이스피싱에 한정돼 있어 진화하는 사기 수법을 법이 따라가지 못해 피해 구제의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행법에서는 몸캠피싱을 당하더라도 피해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해도 시중 은행은 '보이스피싱이 아니므로 조치할 수 없다'고 거부하게 된다. 그 사이 피해금은 대포통장을 거쳐 가상자산·해외계좌로 이미 세탁돼 구제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결국 보이스피싱은 신고 즉시 지급정지가 가능하지만, 몸캠피싱은 형사 고소, 수사 착수, 계좌추적 영장 등 사법절차를 진행해야 계좌 동결이 가능하다.
또 몸캠피싱 피해자는 신체 영상 유포 공포로 인해 신고 자체를 지연·포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실제로 몸캠피싱은 국내에서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사례가 다수 보고된 범죄임에도 법은 이를 '금융사기'로 다루지 않고 '개별 협박·공갈' 사건으로만 취급한다.
김준엽 라바웨이브 대표는 "영상 유포 협박이라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 금전적 피해까지 겪는 피해자들에게 피해 회복의 제도적 통로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시급한 조치"라며 "몸캠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대포계좌의 무분별한 발급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 없이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금융권이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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