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환율·정부 압력 '삼중고'…식음료 업계 2Q 수익성 악화 현실로
페트·포장재 '핵심' 나프타 가격…미·이란 전쟁 후 급등
원가 뛰는데 정부 압박에 가격은 못 올려…실적 부진 전망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중동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식음료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나프타(납사) 가격 상승으로 인해 포장재, 플라스틱 용기, 페트(PET) 등의 가격이 오른 데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비용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으로 가격 인상에 부담이 커진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율촌화학과 2분기 거래금액(매입)을 470억 원으로 의결했다.
앞서 농심은 지난 3월 당시 이사회에서 율촌화학과 거래금액을 390억 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율촌화학은 라면, 스낵 등의 포장재를 만드는 농심 계열사다. 농심의 포장재 추정 구매액이 한 분기 만에 80억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거래액이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다.
페트 용기, 음료 라벨 등 포장재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올해 2월 미터톤(MT)당 평균 608.6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2월 말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3월 1018.6달러에 이어 4월 1063.1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나프타 가격은 5월 957.7달러, 지난달 708.4달러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달 나프타 가격도 전년 동월(593.4달러)과 비교하면 19.4% 상승한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농심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식음료 업체가 겪는 문제다.
여기에 환율 상승으로 수입 단가가 더 올라가면서, 업체들은 이중고를 겪었다. 지난 2분기 평균 달러·원 환율은 1501.6원으로 1500원을 넘었다. 외환위기인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역대 최고치다.
라면, 제과, 제빵 등의 주원료가 되는 밀가루, 팜유, 설탕 등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고스란히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이에 따라 식음료 업계는 2분기 업체들의 전반적인 실적이 전년 대비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농심뿐이 아니라 다른 업체들 모두 상황이 똑같다"며 "삼양식품, 오리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2분기는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동 전쟁 발발 후 수차례 식품업체들과과 간담회를 갖고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를 외면하면 정부 기조와 충돌하는 부담을 안는다.
결국 지난달 말에 들어서야 원가 압력을 버티지 못한 일부 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6일부터 12개 브랜드의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회사 측은 "포장재가 전체 원재료비의 약 50%를 차지하는 음료 산업 특성상 포장재의 원재료비 상승이 이번 가격 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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