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국정원, 쿠팡과 230차례 통화"…쿠팡 정보유출 사태 '변곡점'
美하원, 보고서 통해 작년 12월 '국정원·쿠팡 230차례 통화' 적시
국정원 협조, 사실로 밝혀지면 6247억 과징금 적정성도 '도마'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는 의회 보고서를 발간한 가운데, 쿠팡과 국가정보원 간 접촉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앞서 중국에서 전 직원을 접촉해 유출 장비를 회수하는 일련의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측은 지난해 말 '쿠팡에 어떠한 지시나 명령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하원 측이 "쿠팡과 국정원이 230회 통화했고 개인정보 회수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시를 받았다"고 나서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1일 미국 하원 법사위는 '한국의 미국 소유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무너진 경쟁'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개인정보 회수 과정에서 국정원이 개입했음에도 과도한 벌금 등 차별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12월 1~26일 쿠팡 측과 230통 이상 전화 통화를 하고 여러 차례 대면 회의를 통해 전직 직원의 쿠팡 데이터 시스템 무단 접속에 대해 논의하고 회수 노력을 계획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대화 내내 국정원은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했고 쿠팡의 전직 직원(정보 유출 당사자)에게 보낼 이메일에 사용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과 어조'에 이르기까지 쿠팡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지침'(directions)을 제공했다"며 "국정원은 또한 반복해서 쿠팡에 복구 작전에 대해 경찰이나 다른 정부 기관과 논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과 쿠팡 사이의 '셀프조사 논란' 공방에서 통화 횟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하원은 국정원 공문, 통화기록 등 자료를 확보해 유출자 접촉부터 유출자 질문 목록, 하천 기기 회수, 지문채취까지 국정원이 지시했으며 근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2월 이틀에 거쳐 전 직원을 접촉해 개인정보를 회수했으며 3000만 개가 아닌, 3000개의 정보만 저장했다가 삭제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쿠팡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지시와 공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쿠팡 발표에 수사와 조사를 받는 기업이 일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 기관으로 지목된 국정원 측도 반박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쿠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실제로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다만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업무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부(범정부TF)는 쿠팡의 지난해 12월 정부가 개인정보 회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일련의 발표에 대해 조사를 통해 투명하게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중국인 전 직원을 비롯한 개인정보 회수 과정 등에 대한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쿠팡 직원과 국정원 사이의 통화 횟수가 230차례에 이른다는 점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업무 협의·요청이라고 하더라도 접촉 기간이 3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하원의 주장대로 한국 정부 측이 유출자 접촉과 개인정보 회수에 참여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증언에서 '국정원의 지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쿠팡의 한국인 직원이 중국에 가서 사실상 국정원 요원처럼 활동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한국 정부 입장은) 법사위와 소위원회가 입수한 문서와 증언에 의해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약 6247억 원에 이르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에 대한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개인정보 회수 노력 등은 인정받지 못해 과징금이 커진 반면, 사업아이디어가 유출된 정부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 등과 비교해 형평성이 없었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미국 측 보고서의 후폭풍으로 과징금 형평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하원은 보고서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발표 이후 각종 정부 조사와 규제, 벌금 등으로 투자자와 미국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쿠팡 공세 이후 시가총액이 40% 하락했다"며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조치는 미국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ir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