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홈플러스와 '채워지는' 익스프레스…발길 돌리는 손님들[르포]
식품코너에 진열된 가위·칼…"멀티탭 사러 왔는데 없네"
익스프레스, 상품 공급 재개 후 매출 급증…경쟁력 강화 방침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휑하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진짜 망하겠네 생각이 드네요."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홈플러스 신도림점에서 지인과 함께 장을 보던 50대 여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매대) 앞쪽에만 물건 줄 세워서 놓은 걸 보니까 우리나라 같지 않고 약간 북한 느낌도 난다"며 "물건이 많이 빠지고 사람들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매장 내 매대는 일부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심플러스'나 '홈밀' 제품들로 앞부분만 채워져 있었다. 과거 채소가 진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대에는 국자와 가위, 뒤집개와 같은 주방용품이나 플라스틱 보관 용품들이 놓였다.
맥주 코너에는 맥주 대신 텀블러나 아이스박스 등으로 채워져 있었고 음료 코너에는 PB 복숭아 음료로만 수십병이 나란히 진열된 상태였다. 화장지 코너는 부피가 큰 베개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날 약 3000평 규모 매장에는 장을 보는 인원이 10명이 채 되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계산대는 한산했고 매대를 채우기 위해 돌아다니는 직원도 한두 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홈에버 시절인 2007년 12월 개점한 홈플러스 신도림점은 배후 거주 세대가 풍부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 인근에 있어 한때 방문객 수가 많은 점포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협력사 대금이 밀리며 상품 종류가 많이 줄어들자 빠르게 침체한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신도림점 인근에서 40년 넘게 거주했다는 70대 주부는 "멀티탭을 사러 왔는데 없어서 그냥 가려고 한다"며 "옛날에는 자주 와서 장을 봤는데 물건이 없으니 이제는 근처 하나로마트나 길 건너 멀리 이마트까지 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1㎞ 남짓 떨어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이하 익스프레스) 도림점은 규모는 작아도 냉장식품 코너에 다양한 브랜드가 매대를 채우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주로 신선식품 위주로 물건을 골랐다.
다만 세제 코너가 제습제나 일회용품으로 채워져 있거나 봉지라면 제품이 10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매대 진열이 제한된 점도 보였다. 내부 곳곳에는 '6월 정상화 안내'라는 제목으로 "상품이 순차적으로 입고될 예정이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홈플러스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업 익스프레스는 22일 하림그룹 산하 NS쇼핑에 인수 완료됐다. NS홈쇼핑은 점포 운영 정상화와 상품 공급 안정화, 고객 서비스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상품 경쟁력과 운영 효율을 높여 익스프레스를 '우리 동네 대표 슈퍼마켓'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NS쇼핑이 상품 대금 지급 보증을 서면서 이달 초부터 익스프레스 매장에는 납품이 재개됐다. 납품 재개 열흘 만에 익스프레스 매출은 이전 대비 16% 늘어났고, 신선식품은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2000억 원 긴급 운영자금 대출과 잔존사업 부문 매각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사실상 자금 조달 계획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회생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홈플러스는 파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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