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투자 쿠팡도 털렸다"…AI시대, 정보 수집·보안 사이 딜레마

유통가, 정확도 높고 민감 정보 수집 탓에 '타깃'
"해킹 기술 날로 발전…개별 기업 투자로는 한계"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개인정보 보안 문제가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시대에서 더 고도화된 최신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면서도 이를 철두철미하게 방비하는 보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이중 부담에 업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쿠팡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6246억 원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티빙과 BGF 네트웍스에서도 연달아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개보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올 9월부터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과징금 상한이 전체 매출액의 3%에서 1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유통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AI 쇼핑 시대, 더 고도화된 개인정보 수집…외부 위협 커져

업계에서는 소비재를 다루는 만큼 유통가와 온라인 플랫폼이 보유한 개인정보 데이터가 해커 집단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데이트가 빨라 데이터 정확도가 높고 간편결제 서비스가 연동된 경우에는 민감한 금융정보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초개인화 기술의 발달로 플랫폼이 수집하는 개인정보는 연락처·주소지와 같은 일반적인 정보 외에도 회원 개개인의 취향, 관심사, 과거 구매 이력 등이 더 다양해지고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AI 쇼핑 에이전트 시대가 오면서 데이터 자체가 플랫폼의 경쟁력이 됐다"며 "플랫폼들이 초개인화된 정보를 수집하며 이를 셀러들에게 제공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필수 전략이 되면서 데이터 가치가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과징금이나 대중 신뢰 하락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유통 플랫폼 입장에서도 경쟁력 유지와 마케팅 전략을 위해 개인정보 데이터를 사수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탈취하고자 하는 외부 집단의 위협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쿠팡도 900억 투자했는데…100% 완전히 막을 방법 있나

문제는 AI로 인해 해킹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보안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보험처럼 보안 투자는 ROI(투자 비용 대비 수익)도 확실하지 않고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테크 기업으로 출발한 쿠팡만 해도 국내 유통업체 중에서는 보안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보호 공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890억 원을 정보보호 부문에 투입했다. 보안 조직은 200명이 넘는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유통사들이 보안 관련 투자와 인력을 서서히 확대해 가고 있지만 단계적으로 한꺼번에 확 늘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실 터지지 않은 기업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모르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토로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다크웹에 유포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해킹에 이용되는 사례도 있다. 업계에서도 나름대로 AI 기술을 활용해 외부 침입 실시간 감시 시스템 및 모의 해킹 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100%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온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공격도 더 정교해지고, 계정 탈취나 비인가 접근처럼 정상 서비스를 가장한 침입은 사전 탐지만으로 걸러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며 "기업이 아무리 보안을 강화해도 집요하게 파고들면 뚫릴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한 보안 투자보다 계정·권한 관리, 협력사 통제, 이상 징후 대응 등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상시 보안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보안 투자의 적정선에 대한 고민과 딜레마가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며 "각 커머스의 비즈니스 환경과 데이터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보안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뿐 아니라 현재의 방어 체계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