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캐주얼 경계 사라진 남성복 시장…1분기 훈풍

주요 브랜드 10~20%대 성장…예복 수트부터 비즈니스 캐주얼까지
포지셔닝·전략 세분화로 '취향 기반' 소비 공략

LF 알레그리 26 SS시즌(왼쪽)과 한섬 시스템옴므 소프트 포켓 셔츠와 소프트밴딩 와이드 팬츠(LF, 한섬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최근 남성복 시장에서 '가치 있는 한 벌'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소비가 진화하자 패션업계가 관련 수요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상 대체 관계였던 남성 정장과 캐주얼 브랜드 사이 경계가 흐릿해지고 '취향 기반' 구조로 재편되면서 각 브랜드의 포지셔닝과 정체성 구축 전략이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에스트로·갤럭시 등 일제히 성장…혼인율 반등에 예복 수트 매출 ↑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반적인 남성복 매출이 성장세를 보였다. LF(093050)의 '마에스트로'와 '헤지스남성'은 전년 동기 대비 각 10%, 20%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고 같은 기간 삼성물산(028260) 패션 부문의 '갤럭시'와 'GLXY'(갤럭시라이프스타일)도 약 10%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기업 한섬(020000)의 남성복 매출도 1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에스트로의 경우 고급 수트와 테일러드 아우터 중심의 수요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품질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투자형 소비' 확산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마에스트로는 제냐, 로로피아나 등 이탈리아 최상급 원단을 적용하고 경량 기술을 고도화해 고급화 라인을 강화했다. 또 예복용 핏 개발과 맞춤 제작(MTM) 서비스로 올 1분기 예복 수트 매출이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혼인율이 반등하면서 예복 수트 매출이 호조세를 보인다"며 "2030 고객 유입을 위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74년)의 자녀 세대가 본격적인 혼인 연령대에 들어서면서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 건으로 전년보다 1만 8000건(8.1%)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지난해 4.7건으로 전년보다 0.4건 늘었다.

갤럭시 26 SS시즌(왼쪽)과 TNGT 26 SS시즌(삼성물산 패션, LF 제공)
범위 넓어진 '셋업' 개념…가죽·니트 등 캐주얼 소재 인기

한편 대기업 중심으로 자율복장제가 점차 정착하면서 전통적인 수트보다는 편안한 착용감을 지향하면서도 전체적인 무드와 고급 소재로 격식을 드러낸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이 득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셋업'이라는 용어가 과거에 한 세트로 이뤄진 수트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아우터와 바지를 같은 소재로 매칭하는 제품도 '셋업' 범주로 통칭하는 등 범위가 넓어졌다. 아우터 종류는 재킷에서 블루종, 셔츠점퍼, 카디건 등으로 변주를 주고 소재도 니트와 가죽, 벨벳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에 남성복 브랜드들도 정장과 캐주얼 간 이분법에서 벗어나 세분화된 수요에 맞춰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섬은 타임옴므와 시스템옴므의 올해 SS(봄·여름) 시즌 셋업 물량을 각각 32%, 25% 확대했고 GLXY도 가죽, 니트 셋업과 같은 트렌드성 상품을 강화하고 팬츠 색상과 핏을 다양화했다.

갤럭시 26 SS시즌(왼쪽)과 헤지스 26 SS시즌(삼성물산 패션, LF 제공)

갤럭시에서도 편안함을 강조한 캐주얼 상품이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신장하며 매출을 견인했다. 캐주얼 재킷과 레이어드할 수 있는 퀼팅 아우터와 라이너 트렌치코트 등이 인기를 끌었고 부자재를 최소화하고 초박형 어깨패드로 착용감을 개선한 '누클라시코 수트'도 판매량이 10% 늘었다.

LF의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도 스웨이드 블루종 점퍼와 이탈리아 고급 원사를 활용한 셋업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인다. 올 1분기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F는 영 라인 '히스 헤지스'를 중심으로 20·30대 남성 고객층과 접점을 넓히는 세대 확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히스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40%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올 SS 시즌 출시된 '초어 재킷'은 완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상품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이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기획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브랜드별 역할과 타깃을 분명히 해야 변화하는 남성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