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빈 살만도 총수로?…40년 만에 미국인 총수, 파문 확산 우려

일론 머스크·리드 헤이스팅스도 투자 커지면 '총수' 지정 가능성
美 이사회 사외이사 절반 이상인데 관련자로 포함 충돌 논란

김범석 미국 쿠팡 Inc. 의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의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재계와 통상 부문의 파문 확산이 우려된다.

제도 도입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적자가 총수로 지정되면서 향국 국내 투자를 확대할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자산이 5조 원만 넘으면 동일인 오너로 지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커버그·머스크'도 사법 리스크 사정권…"K-규제 리스크"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자산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이라면 국적과 관계없이 오너가 직접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 의무를 지고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선례를 남겼다.

아직 애플코리아(2조6000억 원), 마이크로소프트(1조 원), 테슬라코리아(5709억 원), 페이스북코리아(2869억 원) 등은 아직 자산 규모가 5조 원에 못 미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2023년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해외 기업의 국내 사업 확장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확대되면 추후 메타(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등도 국내 법상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창업자들의 빅테크 기업들은 누가봐도 이들 오너들이 회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에 40년 된 동일인 지정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엄청난 형평성 논란에 부딪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 당시 "미국인 제외해달라"…통상 마찰 현실화하나

통상 마찰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바이든 정부 시절 미국 상무부는 한미정상회담 실무회의 등을 통해 "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당시 외국인도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시행령 개정을 보류한 바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도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이 이중 규제라는 지적에 "미국 SEC 공시 규정은 투자자 대상이고, 한국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이기에 이중규제가 아니다"고 했지만, 미국 투자자나 미국 정부 입장에서 어떤 입장 보일지가 관건이다.

쿠팡 사외이사 '엑스박스 CEO'도 신고 대상?…미국식 이사회 구조와 충돌

미국 상장사 특유의 이사회 구조도 규제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미국 상장사는 이사회의 과반 이상이 독립된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는 사외이사가 포함된다.

쿠팡Inc 이사회에는 아샤 샤르마 엑스박스 CEO, 페드로 프란체스키 브렉스(Brex) CEO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총수 관련자'가 되면 본인들이 운영하는 개인 회사나 지분 투자사까지 쿠팡의 계열사로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에쓰오일 실질 소유 빈 살만은 국영기업이라 제외?…형평성 논란 가중

기존 외국계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에쓰오일(S-Oil)은 최상단 소유주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빈 살만 왕세자 등)이지만, 공정위는 그간 '국영기업' 혹은 '동일인 불명확'을 이유로 한국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왕실이나 국영기업을 동일인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

그동안 최상단 기업을 해외 자연인으로 설정하지 않았던 것은 지정의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앞서 한기정 전 공정위원장은 2023년 "쿠팡은 국내에 김범석의 개인 회사, 친족 회사가 없어 동일인을 김범석으로 지정하든 쿠팡㈜로 지정하든 규제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