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적용 안돼"…BGF-화물연대 협의 실마리 풀릴까
노동부, "노조 아냐" 화물연대에 선 그었지만…대화 중재자 자처
고집 꺾고 BGF로지스와 마주 앉은 화물연대…협상 국면 돌입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편의점 CU 운송기사 파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노조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BGF로지스 측 입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20일 저녁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에 기반한 '개정 노조법' 2조에 다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개인사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에서 규정한 노동조합의 교섭·쟁의 과정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한 화물연대가 노동위원회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화물연대 CU지회 소속 운송기사들은 BGF로지스가 직접 고용하지 않고 물류센터와 운송사를 통해 계약된 개인사업자다. 사실상 운송사에 고용돼 일한다는 점에서 특수고용노동자로도 불린다.
BGF리테일은 물류가 자회사인 BGF로지스와 각 지역 물류센터, 운송사 등을 거치는 다단계 계약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직접적인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원청은 BGF리테일이 아니라 자회사인 BGF로지스라는 것이다.
실제로 BGF로지스는 운송 기사들의 처우를 둘러싸고 개별 물류센터와 운송사 등 3자 간 공동 협의에 계속 참여해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이 물류 구조 전반을 통해 근로 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원청으로 보고 BGF리테일에 직접 교섭을 요구해왔다.
지난 5일부터 보름 넘도록 파업이 진행되며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던 가운데 급기야 20일 오전 진주물류센터에서 대체 물류차량에 의해 사상 사고까지 발생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중재자로 나섰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BGF로지스와 화물연대는 21일 만나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양측은 단일교섭을 진행하고 지역 물류센터별로 운영 방식이 다른 점을 고려해 화물연대 지역본부와 센터별로 별도 교섭을 병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BGF리테일에 무리하게 대화를 계속 요구하던 화물연대가 BGF로지스와 대화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고 본다.
여기에는 사태 장기화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로 및 경제적 부담, CU 가맹점주들의 여론 악화와 더불어 노동부의 '선 긋기'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발맞춰 그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BGF리테일도 "향후 협의 사항에 대해 BGF로지스의 성실한 이행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역할을 분명히 했다.
BGF로지스와 화물연대가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서 갈등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CU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서울 중구의 CU 가맹점을 6년간 운영했다는 점주 A 씨는 "월요일에는 들어와야 할 물량이 30개 중에 2~3개뿐이었는데 이제는 상품이 잘 들어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인근에 다른 CU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B 씨는 "여기저기서 목소리만 크게 내다보니 힘없는 개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라며 "(교섭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그냥 한 발짝씩 서로 물러서서 귀를 좀 기울이면 좋겠다"고 체념 조로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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