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동일인 지정…공정위 "사익 편취·친족 경영" 증명 가능할까
"쿠팡 단순·투명한 지배구조…임원 아닌 동생 경영 참여 無"
동일인 지정 시 또 다른 규제 받아 투자 위축…형평성 논란도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현행 법인에서 자연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내주쯤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위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범석 의장으로 동일인을 변경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는 김 의장이 동일인이 되면서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정 시한인 5월 1일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 지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그동안 김 의장은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동생 김유석 씨가 쿠팡 주식회사로부터 보수와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니 법인 동일인 지정 요건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려면 △자연인으로 지정하는 경우와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나 그 친족이 국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며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연인·친족과 국내 계열사 사이에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도 없어야 한다.
쿠팡의 지배구조는 첫번째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상위 기업인 쿠팡Inc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내 쿠팡 법인이, 모든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가 단순한 편이다.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다는 사익편취 규제 기업 기준에 쿠팡은 적용되지 않는다. 김 의장의 친족이 지분을 보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 상호출자로 엮인 계열사도 없다.
또한 김 의장의 동생 부부는 쿠팡Inc 소속으로 쿠팡 한국법인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는데, 상법에서 규정하는 '임원'에 해당하지 않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미국 법인인 쿠팡 Inc의 지분을 소량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계열사 보유 지분이 없고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의 지배구조가 국내 대기업과 달리 단선적이고, 동생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어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총수 지정 변경이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을 비롯한 쿠팡 경영진은 개인 지분을 계열사에 보유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마치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규제 효과가 클 것이라 내다보지만, 한국 대기업과 비교해 거버넌스 구조가 단선적인 만큼 동일인 지정의 효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국 국적인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에 대해서도 여러 우려가 존재한다.
우선 미국 상장사 자격으로 이미 각종 공시 의무를 지고 있는 쿠팡이 동일인 지정 규제에 묶이면 한국과 미국에 이중으로 공시해야 해 경영과 투자 위축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ISD 등 투자자 분쟁이나, 통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Inc의 주주는 기관투자자, 벤처캐피탈·사모펀드(24%) 등 70~80% 이상이 금융권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새로운 규제가 적용됨으로써 주가가 내려간다면 최악의 경우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규제의 형평성' 문제는 한-미 FTA의 최혜국대우(11.4조), 대우의 최소기준 위반(11.5조) 등에 위반되는 소지가 있다고 업계는 본다.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가운데 외국인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에쓰오일, 한국 GM은 동일인 지정을 하지 않았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보유한 아람코가 지분 63%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GM은 미국 본사 CEO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동일인 지정 개념을 외국계 기업에 적용하기 위해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동일인 개념은 불명확하고 정량 기준이 없다. 판단 기준이 포괄적이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도 넓다"며 "글로벌 지배구조와 맞지 않고 새로운 유형의 기업집단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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