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옷 줄이고 포장도 덜고…'K-패션' 업계의 '지구 지키기'

[지구의날] 포장재 감축부터 자원순환까지 친환경 실험 확대
재고 소각 줄이고 에너지 전환 늘리고…'지속가능성' 실천 경쟁

코오롱FnC는 2022년 7월 리세일 플랫폼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을 론칭해 고객이 사용한 의류를 다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코오롱FnC 제공)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지구의 날'을 맞아 K-패션 기업들이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서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량생산과 폐기, 과도한 포장 등으로 오랫동안 환경 부담 산업으로 지목돼 온 패션업계가 최근 들어 3D 샘플링, 리세일, 업사이클링, 포장재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등 구조적인 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패션업계는 포장과 유통 단계에서의 환경 보호 노력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2018년부터 자체 디지털 플랫폼 배송에 사용되는 포장재와 부자재를 기존 비닐 소재에서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로 전환해 연간 약 50톤 이상의 비닐 폐기물 감축 효과를 거뒀다. 2023년 말에는 택배 포장재 사용량도 3분의 1 이상 줄이며 종이 사용량을 기존 대비 30% 가까이 감축했다.

LF(093050) 역시 2021년 친환경 자동 포장 시스템 '카톤랩'을 도입해 제품 크기에 맞는 박스를 자동 제작하는 방식으로 박스 사용량은 약 25%, 테이프 사용량은 약 90%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LF는 생산 단계에서 3D 버추얼 디자인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헤지스는 2021년부터 3D 디자인 솔루션을 활용해 샘플 의류를 실제로 제작하지 않고도 디자인과 수정, 품평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실물 샘플 제작 방식 대비 의류 한 벌 제작 시 환경오염을 약 5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샘플 제작 자체를 줄이는 방식의 친환경 접근이라는 점에서 패션업계의 생산 방식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재고 소각 대신, 되팔거나 업사이클링…에너지 절약에도 앞장

패션업계의 친환경 경쟁은 이제 재고와 중고 의류를 다시 순환시키는 구조로도 확장되고 있다.

코오롱FnC는 2022년 7월 리세일 플랫폼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을 론칭해 고객이 사용한 의류를 다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약 160개 국내외 타사 브랜드까지 리세일 매입 대상을 확대했으며, 타사 브랜드 취급 확대 이후 중고 의류 매입량은 기존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자사 재고 의류를 해체·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고, 2026년 3월 말 기준 누적 3만4614벌의 재고 의류를 되살렸다.

LF의 헤지스도 재고 소각 대신 업사이클링 컬렉션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오염이나 훼손, 변색 등으로 정상 판매가 어려운 피케 티셔츠 재고 수백 장을 선별해 강아지 키링용 미니 의류로 재탄생시키는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였다. 단순 폐기가 아닌 재해석과 재사용으로 연결한 사례다.

한섬은 2023년 국립생태원과 멸종위기종 보전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한섬 제공)

에너지 전환과 절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영원무역(111770)그룹은 방글라데시 KEPZ에 43MWp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2025년 기준 해당 공단의 전체 사용 전력 약 61%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글로벌 생산기지에 100MWp 규모의 태양광 설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F&F(383220)도 2022년부터 지구의 날 기념 소등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임직원과 함께 건물 내외부 조명을 끄는 방식의 에너지 절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패션업계의 친환경 실천은 생물다양성 보전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한섬(020000)은 2023년 국립생태원과 멸종위기종 보전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수달 보전 활동, 서울개발나물 이식 및 적응성 모니터링 등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202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후원 인정제’'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패션 플랫폼의 친환경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458860)는 FSC 인증 택배 박스와 종이 완충재를 도입하고, 오프라인 팝업 공간에서는 재사용할 수 있는 전용 집기를 개발하는 등 유통·공간 운영 단계의 폐기물 감축에도 나서고 있다. 또 구성원이 기부한 데님 의류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온보딩 키트를 제작하고, 오프라인 팝업 공간에서는 재사용·재조합 가능한 전용 집기를 개발해 일회성 폐기를 줄이고 있다.

패션업계의 지속가능성 경쟁은 더 이상 선언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포장재를 줄이고, 샘플 제작을 가상화하고, 재고와 중고 의류를 다시 유통하고, 생산기지의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실행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패션업계의 친환경 경쟁력은 보여주기식 캠페인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서 얼마나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