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의"vs"시설 중복"…'입국장 인도' 면세업계 갈등 재점화되나

'효자품목' 주류 입국장 인도 불가…해외 면세점 수요만 는다
입국장 인도장 폐지 법안까지…"이용자 수 안정화 추세"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을 지나가고 있다. 2026.3.23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술은 해외에서 사서 들어오죠. (나갈 때 사면) 무겁잖아요."

평소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30대 남성 A 씨는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주류 한두 병씩은 꼭 구입한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주세가 높은 편이라 주류 면세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면세 주류는 A 씨처럼 짐 보관 부담 때문에 해외에서 구매해 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주류도 입국장 인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 씨는 "입국장 면세점 술은 종류가 몇 개 없고 다른 곳보다 비싸서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며 "입국할 때 받을 수 있으면 당연히 국내 출국장이나 온라인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면세 주류 입국장 인도 허용해야" vs "입국장 면세점 있는데 굳이"

1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국내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2023년 7월 온라인에서 면세 주류 구매를 허용했다. 면세점 온라인몰이나 항공·선박 회사 홈페이지에서 주류를 구매한 후 출국 인도장이나 기내·선내에서 수령이 가능해졌다.

입국장 인도장의 경우 현재 부산항에만 설치돼 있다. 주류를 면세로 구입해 인도받으려면 오프라인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온라인 면세점 구매 시 입국장에서는 인도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입국장 인도장이 주류소매업 면허가 없기 때문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3조의2 제3호에 따르면 주류소매업 면허를 받은 곳에서만 주류 판매가 가능하다. 즉 온라인으로 면세 주류를 구입한 경우 주류판매 면허가 없는 곳에서는 수령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고시 개정은 요원하다. 입국장 인도장을 둘러싼 규제는 대기업과 중소·중견 면세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3년 관세청이 부산항에 입국장 인도장 시범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불거졌던 갈등이다.

대기업 면세점에서는 주류 매출 증대를 위해 입국장 인도장 확대와 온라인용 면세 주류 인도 허용을 요구해 온 반면, 입국장 면세점을 독점하고 있는 경복궁, 시티플러스 등 중견 면세점은 대기업 쏠림 현상을 우려하며 입국장 인도장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롯데와 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에서 주류 매출 비중은 10% 안팎 수준이다. 화장품과 향수, 명품 주얼리 등을 제외하면 상당히 큰 비중에 속한다.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을 지나가고 있다. 2026.3.23 ⓒ 뉴스1 안은나 기자
'입국장 인도장 폐지 법안' 국회 발의…검토위원도 "산업 저해" 우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 해묵은 갈등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해당 법안은 기존 입국장 면세점과의 기능 중복과 통관 안정성 약화 등을 이유로 입국장 인도장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2월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상정된 이 법안은 조만간 조세소위에 회부돼 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세소위 개회 일정은 미정이다.

황 의원 측은 "중소 면세점과 관련 협력업체들을 고사시킬 위험이 있는 입국장 인도장을 굳이 만들어야 하느냐는 취지"라며 "관세청이 부산 항만에서 시범 사업으로 운영 중인 입국장 인도장도 사업 결과 보고나 전체 면세점에 끼칠 영향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재경위 소속 최병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현재 민간사업자가 시설·비용 등을 투자해 입국장 인도장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용객 수 또한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입국장 인도장의 법적 근거규정을 삭제할 경우 면세산업 활성화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부산항 입국장 면세점 인도장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870명에 달했다. 해외에서도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호주, 뉴질랜드 등 자국민의 편의를 위해 입국장에서 면세품 인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출국장에도 중소·중견 면세점이 모두 있는데 입국장 면세점만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 왜곡"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입국장 면세품 규제 완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