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달라진 쿠팡 로저스…운동화 신고 與 의원과 새벽배송 뛰었다

로저스 대표, 야탑 배송캠프 먼저 도착해 與 의원 맞아
"정부·정치권에 던지는 유화 제스처…강경 이미지 탈피"

로저스 대표가 프레시백을 들고 배송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쿠팡 제공).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19일 저녁 8시 30분~20일 오전 6시 30분까지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약속한 새벽배송 체험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강경 이미지'를 버리고 저자세로 취한 '유화 제스처'가 정부·정치권과 관계회복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벽배송 안 할 것" 예상 깨…엘리베이터 없는 주택 계단배송도

이번 새벽배송 체험은 작년 12월 청문회에서 염 의원의 심야 배송 업무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에 로저스 대표가 "함께 배송하겠다"고 즉각 응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선 "의례적인 대답일 뿐,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날 새벽배송 체험이 이뤄진 경기 성남의 쿠팡 야탑 배송캠프에는 로저스 대표가 먼저 도착해 염 의원을 기다렸다. 로저스 대표는 염 의원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면서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의원실과 이렇게 협력해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염 의원도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조율해 맞춰 고맙다"고 했다. 염 의원은 "(쿠팡이)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가족 등에 도움을 주는 것이 소중한 애국이라 생각한다"며 "(배송체험을 통해) 다른 택배기사분들 노동 조건, 현장 사정을 같이 느끼고 개선하는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오른쪽)와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송체험에 앞서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쿠팡 제공).

두 사람은 준비 체조, 배송 업무 교육, 택배 상차 등 작업을 마친 뒤 성남 야탑역 인근 아파트와 도촌동 주택가 배송에 나섰다. 유통·택배업계에서 정치권 인사 요청에 회사 대표가 같이 배송 물류 업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배송은 프레시백을 들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빌라 계단을 오르며 직접 배송하는 등 일상적인 쿠팡 새벽배송 기사의 업무 루틴대로 진행됐다. 두 사람이 이날 소화한 배송 물량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을 마치면 다시 야탑 캠프에 복귀해 물건을 차량에 싣고 배송에 나가는 등 이날 오전 6시 30분까지 배송을 소화했다. 두 사람은 각각 쿠팡친구(쿠팡 직고용 기사)와 별도 택배차량을 이용해 서로 다른 구역에서 배송했는데, 중간에 겹치는 이동동선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배송을 마친 이후 로저스 대표와 염 의원은 성남시의 한 콩나물국밥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로저스 대표와 염 의원이 배송 도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쿠팡 제공).
강경 이미지 탈피…정부·정치권에 유화 제스처

유통업계에서는 몸을 숙인 로저스 대표의 새벽배송 약속 실천이 정부와 정치권에 던지는 유화 제스처로 보고 있다. 지난 2024년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새벽에 쿠팡 남양주 캠프 현장점검을 시도했지만 입장을 못해 논란이 되는 등 갈등이 쌓였었다.

하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여당 의원과 배송체험에 나서. 그간 노동 이슈로 갈등이 쌓였던 정치권과의 소통에도 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로저스는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 차원에서 '구원투수'로 쿠팡 임시대표직에 올랐다. 그는 12월 정보 유출 사태 청문회에서 동시통역기 대신 자체 통역사를 쓰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거나, 의원들의 질의에 "그만합시다"(enough)라는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다혈질' 이미지가 쌓이기도 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염태영 국회의원(왼쪽에서 세번째)이 배송을 함께할 쿠팡친구들과 포즈를 취했다.(쿠팡 제공).

하지만 로저스 대표는 올해 초부터 몸을 낮추는 모습을 늘려왔다. 국회 위증 혐의로 진행한 경찰조사에서 "정부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연신 강조하는가 하면, 쿠팡 사내 임직원에 보내는 이메일에서 "자료 제출과 대면 인터뷰 등에 참여하는 동료 여러분께서 적극 임해주셔서 사태가 조속히 정리되도록 힘을 보태달라"고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적반하장' '고자세' 이미지를 벗고, 쿠팡이 적극적으로 배송 현장부터 정부의 경제 안정화 대책에 부응하는 저자세 '현장경영'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