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택갈이 논란 뒤에 숨는 플랫폼들
무신사 강경 대응 이후에도 남은 판매 흔적…플랫폼 책임론 재부상
정부, 소비자보호체계 손질 착수…입점사 관리 강화 요구 커져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패션 플랫폼의 '택갈이'(라벨 바꿔치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문제의 브랜드는 뒤늦게 판매가 중단되고, 플랫폼들은 "해당 입점 브랜드의 소명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짧은 설명만 내놓은 채 한발 물러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플랫폼 안에서 상품을 보고, 결제·문의까지 했는데 정작 문제가 터지면 책임은 판매자에게만 돌아간다.
최근 무신사는 수제화 브랜드 '마르진'(MARZIN) 논란을 계기로 택갈이 적발 시 계약 해지와 전 상품 퇴출·형사고발 검토까지 포함한 '무관용 원칙'을 내놨다.
그러나 사후 강경 대응이 곧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논란의 브랜드가 실제로 플랫폼 안에서 판매됐다는 사실 자체가 검수와 관리의 허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문제는 비슷한 판매 흔적이 확인된 플랫폼 W컨셉이나 하고하우스 측은 소비자에게 먼저 사실관계를 설명하거나 후속 조치를 분명히 안내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 뒤에는 현행 제도도 깔려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는 통신판매중개자가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현실에서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플랫폼이 책임을 비껴가는 근거처럼 활용돼 오기도 했다.
이번 택갈이 사태는 2024년 말에 불거진 패딩·캐시미어 혼용률 오기재 논란과도 비슷하다. 당시 소비자들이 확인한 건 개별 브랜드의 잘못만이 아니었다. 이런 상품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별다른 경고 없이 유통될 수 있는지는 결국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물론 허위 정보 입력과 택갈이 의혹의 출발점은 브랜드와 입점업체다. 하지만 그렇다고 플랫폼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브랜드보다 플랫폼을 보고 산다. 분쟁이 생겼을 때 입점업체뿐 아니라 플랫폼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도 이런 괴리를 더는 외면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소비자 보호 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택갈이를 직접 겨냥한 과제는 아니지만 입점업체 상품 이슈가 반복될 때마다 플랫폼이 '중개자'라는 이유로 한발 비켜서는 구조를 손볼 필요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뒷북 공지'가 아니다. 플랫폼이 먼저 고객 보호와 입점사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그 빈틈을 제도로 메워야 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판매자 뒤에 숨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소비자는 결국 플랫폼도 더 이상 믿지 않게 될 것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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