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주주 집단소송 결과, 美 '보복관세' 좌우한다…국민연금 역할론 부상

'쿠팡 탄압' vs '주주 기망'…둘 중 하나는 패소 불가피
소송 승소시 美 관세 근거 잃어…"연기금도 합세해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5.1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대규모 정보유출에서 출발한 쿠팡 사태가 보복관세 등 한미 통상 분쟁으로 번지면서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쿠팡 주주 집단소송 결과가 주요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쿠팡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최근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대우를 주장하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하고, 한국 정부에도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28일 28.16달러였던 쿠팡 주가는 정보유출 사태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 22일 19.95달러로 29%(8.21달러) 하락했다. 이를 고려하면 두 회사의 손실액은 5억1441만 달러(약 7500억 원) 규모라고 주장한다.

美 USTR-법원, 동일 결론…집단소송, 美 관세 근거에 영향

업계에선 현재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쿠팡 주주 집단소송의 결과가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더피플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서부 연방법원에 쿠팡 Inc 등을 상대로 국내 쿠팡 주주를 대리해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도 미국 내 쿠팡 주주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집단소송에서 '쿠팡의 정보유출 및 주주 기망'으로 주가가 하락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반면 그린옥스 등 쿠팡 투자사는 '한국 정부의 탄압'으로 쿠팡 주가가 하락했다는 입장이다.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본 두 집단이 하나의 사실관계를 놓고 서로 전혀 다른 원인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두 번째 대통령 임기 1주년을 맞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신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1.20.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법조계에선 한국 정부에 대한 USTR의 조사와 주주 집단소송을 심리하는 미국 법원이 동일한 결론을 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두 기관이 다른 결론을 낸다면 어느 한쪽은 틀린 판단을 내렸다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USTR 조사를 요청한 쿠팡 투자사와 집단소송을 제기한 쿠팡 주주들은 한쪽이 승소하면 나머지 한 쪽은 패소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얘기다.

지난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25% 인상을 거론하며 불거진 미국의 보복관세에도 주주 집단소송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투자사들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USTR에 한국 정부에 대한 조사 및 보복관세 부과 등을 청원했다. 법조계에선 쿠팡 주주들이 집단소송에 승소할 경우,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부당하게 압박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한국에 대한 보복관세도 불투명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 소송 참여 여부 주목…'韓 정부 압박' 간주될 수도

국민연금이 주주 집단소송에 참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민연금은 2024년 12월 기준 약 2181억 원(지분율 약 1%)의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연금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 연기금까지 나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주주 집단소송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수천억 원대 지분을 보유했기에 소액주주보다 주가 하락의 피해 입증이 한층 수월한 점도 도움이 된다. 다만 미국 정부 입장에선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압박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쿠팡에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쿠팡 경영진과 비공개 대화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주주서한에는 정보 보안 강화 및 소비자 배상 확대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기 위더피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주주 집단소송 참여가 적으면 '한국 정부가 쿠팡을 탄압했다'는 미국 쿠팡 투자사의 주장이 강화돼 우리 세금으로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며 "국민연금은 소극적인 주주서한 전달보다는 주주 집단소송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