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50일, 정부 발표 '감감무소식'…소비자 불안 확대 우려

쿠팡-정부 진실공방 여전…온라인 위주 음모론 확산
70일 만에 끝난 SKT 사태…"조사 결과 신속 발표해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5.1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놓고 쿠팡과 정부 측의 진실공방이 지속되면서 불필요한 소비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조사 결과 발표에 최대한 속도를 내 소비자 혼란을 불식시키고, 사태 해결 및 종합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유출자가 3300만 명의 고객 계정에 접근할 권한이 있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정보 유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장비를 회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 측은 당국과 협의하지 않은 일방적 조사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와 달리 유출 건수가 3000건보다 훨씬 많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홈페이지 등에 게재한 것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라며 공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50일 지났지만 정부 중간발표도 없어…소비자 불안 가중

업계에선 정부기관과 쿠팡의 '진실공방'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9일 쿠팡 사태가 발생한 후 약 50일이 지났지만 정부 측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 발표는 중간 조사 결과를 포함해 아직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22일 불거진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의 경우 정부 측 1차 조사 결과는 사태 발생 일주일만인 4월 29일 발표된 바 있다.

경찰도 쿠팡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좀처럼 수사 속도는 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쿠팡이 접촉했던 중국 국적의 피의자와 아직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합동조사단도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사가 지지부진하는 동안 쿠팡 정보유출 사태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오픈카톡방 및 카페 등 온라인에선 결제정보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고, 정치권의 중국 업체를 도와주기 위한 '쿠팡 죽이기'라는 음모론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쿠팡과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건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을 부추기는 만큼, 하루빨리 공신력 있는 정확한 조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쿠팡과 진실공방이 길어지는 점도 자칫하면 수사 대상에게 끌려다닌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앞에 주차돼 있는 쿠팡카(쿠팡 배송트럭)가 주차돼 있다. 2025.12.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실제로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의 경우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정보유출 사실을 지난해 4월 18일 발견 후 이틀 후인 4월 20일 정부에 신고하고 언론에는 4월 22일 발표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민관합동조사단은 4월 29일 1차 조사 결과, 5월 19일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7월 1일 민관합동조사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며 사태 발생 70일 만에 조사를 마무리했다.

신속한 조사 결과 발표는 향후 이용자 보호 대책과 적절한 소비자 보상 방안을 정하는 데도 필요하다. 실제로 쿠팡의 이번 쿠폰 지급 보상안의 경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피해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모든 고객에게 소액의 혜택을 주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육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보상이란 발생한 피해와 비교해 너무 크거나 적지 않게 적절한 수준에서 정한다"며 "하지만 쿠팡의 경우 정보유출 피해의 범위와 규모가 아직 공식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기에 적절한 보상 규모를 정할 수 없어 '일단 쿠폰부터 지급하고 보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한 정부 조사…"신속한 조사 결과 발표 및 종합대책 필요"

경찰은 이번 사태에 대해 피의자가 이미 출국한 외국인이라 함부로 신병을 확보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인 데다 사태 파악에 그치지 않고 쿠팡의 증거 인멸 정황까지 함께 수사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범정부 TF 역시 쿠팡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와 다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향후 쿠팡에 대한 국정조사를 앞둔 가운데 업계에선 지난 두 차례의 국회 청문회처럼 '때리기' 일변도의 질의보다는, 투명한 조사 결과 발표와 사태 해결을 위한 제도 점검 및 사후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이와 관련해 쿠팡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질타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은 이미 유출자와 접촉했다는 발표를 했는데 그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아직 없는 건 일반적이진 않다"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지 않기 위해선 신속한 조사 결과 발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보유출은 쿠팡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때리기 위주로 대응하고 있다"며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를 지원하는 정부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