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열풍 끝?…글로벌 식물성 먹거리 개척하는 K-푸드

고물가에도 미국·유럽선 비건 식품 성장세…한국은 줄줄이 '단종'
대체면·음료 집중…풀무원·매일유업·CJ제일제당 비건 식품 성과

호주 시드니 근교의 울워스 매장에 비비고 제품이 진열돼 있다.(CJ제일제당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글로벌 비건 식품(식물성 대체식품) 시장이 성장세인 가운데 K-푸드를 중심으로 시장 개척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채식 인구가 적고 수요가 한정적이라는 이유로 '비건 열풍은 끝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세계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규모가 2024년 374억 달러(약 54조 원)에서 2032년 1030억 달러(약 149조 원)로 연평균 13.5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비건 식품 시장을 주도하는 지역은 미국과 유럽이다. 특히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채식주의 식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은 2032년 예상 시장 규모가 269억 달러(약 39조 원)로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유럽은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강해 현지 대기업 중심의 비건 식품이 소비자들의 일상에 안착한 상태다. 채식 인구와 플렉시테리언(유연한 채식) 인구가 증가하는 반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건 식품이 단순 유행으로 반짝 떠올랐다 사라졌다는 평가다. 이랜드이츠는 2021년 출시한 비건 아이스크림 '비긴스크림' 판매를 2023년 종료했고 버거킹의 '플랜트와퍼', 도미노피자의 '식물성 미트피자', 신세계푸드 노브랜드의 '베러버거' 등 야심차게 시장에 나왔던 비건 식품들이 잇따라 단종됐다.

풀무원 지구식단 두부면(풀무원식품 제공)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비건 식품을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식물성 음료나 면류 제품에 집중하며 수출 판로까지 개척하고 있다.

'바른먹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는 풀무원은 자사의 경영 방침과 브랜드 철학에 따라 식물성 대체식품 브랜드 '지구식단' 사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제로면(두유면·두부면)을 플래그십 제품으로 삼아 라인업 및 판로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4년에는 두유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두유면 생산기지를 자체 생산 공장으로 이관하고 월 생산량을 기존 대비 4배 늘리기도 했다. 시범적으로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 두부면을 소규모로 수출해 시장 반응도 확인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지구식단은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책임감으로 회사 차원에서 중요하게 키워나가는 사업 중 하나"라며 "수요가 적은 대체육보다는 대체면 위주로 재편해 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를 점점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메이징 오트 제품 라인업(매일유업 제공)

원유 대신 아몬드와 귀리(오트)를 이용한 대체유 시장은 국내에서 매일유업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자체 생산한 매일두유 7종, 어메이징 오트 5종과 함께 미국 브랜드 아몬드브리즈 제품을 국내 및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대체유는 고단백·저당 음료 열풍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비건 식품이기도 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유제품 공장이 귀리 음료 공장으로 전환될 정도로 귀리 음료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대체유 제품군은 매해 10~2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일유업은 중국 스타벅스에 어메이징 오트를 납품하는 등 중국 대체유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며 동남아 시장 진출까지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수출 목적으로 2021년 말 비건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 현재 독일과 영국,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40여 개국에 식물성 단백질 'TVP'를 활용한 만두, 주먹밥, 김밥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TVP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국내 식품사로는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이를 통해 유럽 비건 인증 'V라벨'을 획득, 육류 수출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K-푸드를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플랜테이블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며 "글로벌 식물성 K-푸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