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정부 패싱' 발표…정면충돌 우려 속 '강공' 택한 쿠팡
사전협의 없이 발표…신뢰성 문제·사태 축소 의혹
쿠팡, 고객 우려 해소 시급…"정부 지시 따라 접촉"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사당국과 협의 없이 단독 발표한 것에 대해 '셀프 조사'라는 비판이 일자 "자체 조사가 아닌 정부 측과 긴밀히 협의해 진행한 조사였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26일 쿠팡은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의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완전한 자백을 받아내고, 유출에 사용된 모든 기기를 회수했다"며 "정보 유출자로부터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진술서, 장비 등을 받은 즉시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5일 쿠팡이 수사당국을 뛰어넘어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한 이후 '셀프 조사'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라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현재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경찰 수사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지난 25일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하면서, 수사 대상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당장 발표 내용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쿠팡 측은 "지난 17일 유출자의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는데, 조사 권한이 없는 쿠팡이 유출자에게 직접 진술받은 건 부적절하고, 이를 정식 수사 결과인 것처럼 발표한 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쿠팡이 유출자를 따로 접촉한 만큼 서로 말을 맞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쿠팡은 지난 25일 "외부 전송된 고객 정보는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유출자의 동선 및 전화·인터넷 등 통신기록 등 조사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수사당국의 검증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쿠팡이 수사당국보다 먼저 발표에 나선 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이 확산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출된 정보가 외부로 확산돼 무단결제 등 소비자 피해가 나올 경우 쿠팡의 책임 및 배상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과로사 노동자 사건 축소 지시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시작된 쿠팡 사태가 김 의장에 대한 의혹 공방으로 옮겨가자, 이를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은 경찰보다 먼저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한 건 갈수록 커지는 고객들의 우려를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란 입장으로 전해졌다. 사태 발발 이후 그동안 수사와 관련한 공식적 채널의 중간 브리핑이 한 번도 없었는데, 잘못된 정보가 떠돌고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정확한 정보를 시급히 알릴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측 지시를 받았다고 해도 정부 측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만큼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발표 중 '외부 유출은 없었다'는 쿠팡에 유리한 내용은 포함됐지만, 보안 대책과 배상 문제 및 가장 관심사인 김 의장의 청문회 출석 여부는 언급이 없었던 점도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도 발끈한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쿠팡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일방적 발표에 대해 항의했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후 성탄절 휴일임에도 '범정부 대책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쿠팡 관련 현안들을 집중 논의했다.
경찰은 2차 유출이 없었다는 쿠팡 측의 발표 결과를 다시 검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쿠팡 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해 확인 중"이라며 "쿠팡 측이 제출한 피의자 진술이 실제 작성된 것인지, 증거물이 범행에 사용된 것인지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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