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 결산]⑥ 원가 압박·고환율에 흔들린 밥상 물가
식품·외식업계 가격인상 러시…'슈링크플레이션'도 일상화
라면·커피 안 오르는 게 없네…칼국수·삼계탕·치킨 등 서민 음식까지 줄줄이 인상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25년은 식품 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내리는 수준을 넘어 먹거리 전반에 대한 부담이 일상화된 해였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식품과 외식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 체감 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며 국민 생활 전반의 부담으로 확산됐다. 가격 인상과 용량 축소 사이에서 고심하던 일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우회 방법을 택했고 이로 인한 소비자 반발은 한 해 내내 먹거리 물가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이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이 겹치면서 식품사와 외식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줄이었다. 원재료비와 물류비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인력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이 가격 조정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 서민 식품인 라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심은 지난해 라면 가격을 인하했으나, 올해 초 '신라면' 가격을 2023년 7월 수준인 1000원으로 다시 인상했다. 오뚜기 역시 '진라면'을 포함한 라면 16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지속되는 원두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으로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폴바셋·파스쿠찌는 물론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저가커피까지 주요 브랜드들이 연달아 커피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가정용 커피 시장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가격을 한 차례 올린 데 이어 올해 초에도 맥심·카누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 제품의 가격을 평균 7.7% 인상했다.
주류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오비맥주는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했으며, 하이트진로 역시 '테라'와 '켈리' 등 맥주 출고가를 평균 2.7% 올렸다.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다소 주춤한 분위기지만, 여전히 대다수 원재료를 해외에 의존하는 업계 특성상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이 지속되면서 비용 압박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잇단 가격 인상은 외식 물가 전반으로도 확산됐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으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식품 부문은 3.7%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먹거리 품목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비 비중이 높은 만큼 체감 부담은 그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외식 물가는 한 번 오르면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여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압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 지역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8개의 평균 가격도 지난해 12월보다 3.44% 올랐다.
대표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칼국수는 작년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1% 상승하며 1만 원을 육박했다. 2015년 10월 칼국수 평균 가격이 6545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년 사이 50.44% 상승한 셈이다.
삼계탕은 같은 기간 1만 7269원에서 1만 8000원으로 4.23% 올랐다. 서울시내 주요 전문점에서는 이미 삼계탕 가격이 2만 원대로 형성돼 있다. 이 밖에 김밥·냉면·김치찌개·비빔밥·자장면·삼겹살 등도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일부 업종에서는 가격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도 불거졌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치킨 업계가 꼽힌다. 올해 하반기 교촌치킨은 기존 700g이던 순살치킨 한 마리 제품의 중량을 지난달부터 500g으로 줄였다. 가격은 유지했지만 실질적인 체감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교촌치킨은 해당 제품의 중량을 다시 기존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 같은 논란에 정부도 지난 15일부터 치킨업계에 조리 전 용량 표기 의무화를 시행했다. 소비자가 가격과 양을 보다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본사 차원의 일괄 가격 인상 대신 가맹점주가 지역 상황에 따라 가격을 자율 조정하거나 배달 앱과 매장 간 이중 가격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bhc는 자율 가격제를 공식 도입했다. 자담치킨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치킨 가격을 2000원씩 인상했다. 맘스터치도 일부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이중 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고환율·원가 압박·저성장 기조 영향으로 식품·외식업계 전반이 전례 없는 비용 압박에 직면하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가 높아졌다"며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당분간 이런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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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 유통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K-푸드'와 'K-뷰티'의 글로벌 인기 속에서 세계 시장 확장에 속도를 냈지만, 홈플러스와 1세대 e커머스가 몰락하는 등 업종 간 대비점을 보였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배달앱 역시 수수료를 둘러싼 문제가 1년 내내 계속됐다. 식품업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적 악재에 원가 상승까지 더해져 가격 인상 압박이 심했고, 외식 물가 역시 최고치를 기록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