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케데헌 타고 날았다"…K-라면 수출 2조 돌파 '11년 연속 최고'

한국 라면 K-콘텐츠 인기 업고 글로벌 판매 확대…수출 신기록 행진
"물 들어올 때 노젓자"…농심·삼양식품·오뚜기, 해외 생산 거점 잇단 투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K-라면'이 올해도 수출액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11년 연속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K-푸드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라면이 수출 성장을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1월~11월 누적 라면 수출액은 13억 8176만 달러(2조 390억 원)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12억4838만 달러·1조 8422억 원)을 넘어섰다. 이로써 K-라면은 2015년 이후 11년 연속 사상 최대 수출액을 경신할 전망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K-라면의 해외 소비는 교민 수요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2015년 당시 연간 수출액은 2억 1879만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미디어와 SNS를 중심으로 K-라면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며 수요가 급증했고, 그 결과 수출 규모는 10년 만에 6배 이상 확대됐다.

K-라면의 글로벌 흥행은 단순한 한식 유행을 넘어 K-컬처 전반의 확산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매운맛에 도전하는 영상이 확산되고 K팝·K드라마 속 일상 음식으로 반복 노출되면서 라면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소비자들의 생활권 안으로 스며들었다.

특히 매운맛은 K-라면을 차별화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자극적인 맛 그 자체보다 '경험'으로 소비되는 방식이 확산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미 해외 MZ세대 사이에서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라면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삼양식품(003230)이 있다.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매운맛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에 현지화 전략을 더하며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K-컬처 확산 역시 시너지를 냈다. K팝과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접점이 넓어지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진입 장벽도 한층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농심(004370)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버전의 신라면을 내놨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10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컵라면이 진열돼 있다. 2025.12.10/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밀양 2공장을 준공하며 수출 전용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여기에 첫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공장이 2027년 1월 완공될 예정으로 글로벌 생산 능력은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농심은 이미 미국 2개 공장과 중국 2개 공장에서 라면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5월에는 부산 녹산공장 부지에 2026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수출 전용 공장을 착공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2억 개 규모의 수출 전용 생산 능력을 확보가 가능해지며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오뚜기(007310) 역시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섰다. 내년 미국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2027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력 제품을 앞세워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조 1000억 원 달성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진라면·치즈라면 등 수출 제품이 미국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하며 북미 유통 채널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콘텐츠에 제품이 노출되고 그 안에서 접한 음식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라면 역시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각인되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