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작년보다 15% ↑"…쌀 남아도는데 왜 가격은 오를까

쌀 산지 가격 오르면서 소매가 밀어 올려…쌀 생산량 1.3% 감소
가격 상승 기대 심리로 햅쌀 출하 지연…정부 매입 물량도 축소

서울의 한 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2025.12.2/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수확 철을 맞았지만 쌀값은 여전히 작년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남아도는 쌀이 너무 많다며 처분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급이 많은데 왜 쌀값은 떨어지지 않을까요?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쌀 20㎏당 소매 가격은 6만 2820원으로 전년 대비 약 8000원(14.9%)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년과 비교하면 12.3% 상승한 수치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은 대체로 지난 10월 최고점을 기록한 후 주춤한 모습입니다. 11월 쌀 가격 지수는 118.42(2020년=100)로 10월(120.31)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99.88)보다 18.6%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작년 쌀 산지 가격이 낮아서 기저효과 때문에 상대적으로 올해 쌀 가격이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농산물 유통정보에서 지난 12일 기준 쌀 20㎏ 산지 가격은 5만 6974원으로 작년 12월 중순(4만 6388원) 대비 1만 원가량(22.8%)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평년 대비 16.6% 오른 가격입니다.

쌀 산지 가격(도매가)이 올랐으니 유통 마진을 고려한 쌀 소매가가 오르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그럼 산지 가격은 왜 올랐을까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에 더해 일선 농가가 햅쌀 재고를 쌓아두면서 매입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쌀 가격은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된 10월 이후 잠시 하락세를 보였지만 벼 매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하락 폭이 축소했습니다. 벼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판매 유보 의향을 가진 농가가 늘면서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10일 기준 산지 유통업체 재고량은 116.8만 톤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습니다. 한편 시장 출하 목적의 농가 재고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정부와 민간 RPC(농협 등 미곡종합처리장)가 올해 매입한 벼 물량은 총 181.7만 톤으로 당초 계획량(244.2만 톤)보다 74.4% 수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일선 농가가 가격 방어를 위해 재고를 계속 쌓아둘 경우 물량 확보를 위한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쌀 산지 가격은 더 인상될 수 있습니다. 또 올여름 선(先) 출하된 조생종 물량(당겨먹기)이 적지 않은 만큼, 체감상 공급 여력은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는 현 수준에서 쌀값을 안정화하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쌀 소비량이 공급량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과잉 생산량은 13.2만 톤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입니다.

엄지범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너무 쌀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농가에서는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인상을 많이 체감하고 있으니 쌀이나 일부 식료품에만 할인이나 지원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