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에 맥주에"…독특한 오크통으로 차별화 나서는 위스키업계

기원 위스키 '홍고추' 캐스크·제임슨 스타우트 등 출시
전통적 방식 벗어났지만, 성공하면 '독창성'↑

(기원 위스키 증류소 SNS 갈무리)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위스키에 다양한 풍미와 색을 입히는 숙성 과정은 위스키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최근 이 숙성 과정에서 고추맛·맥주맛 등을 입힌 독특한 오크통을 사용한 위스키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원 위스키 증류소(구 쓰리소사이어티스)는 16일 셰프 에드워드 리와 협업한 '홍고추 시즈닝 캐스크' 위스키를 출시했다.

국산 홍고추와 뜨거운 물을 캐스크에 넣어 몇 달간 시즈닝해 홍고추의 맛과 색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이후 기원 스피릿을 담아 3년 이상 숙성했다. 기원 위스키에서 소개한 테이스팅 노트에 따르면 홍고추와 바닐라, 과실 향이 나고 맛에서는 부드럽게 퍼지다가 쾅 터지는 풍미라고 소개했다. 피니시도 스피이시한 홍고추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앞서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최근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을 흑맥주 캐스크에 숙성한 '제임슨 캐스크메이츠 스타우트 에디션' 선보였다.

가성비 위스키인 제임슨은 부드러운 맛으로 대중성이 크지만, 약한 바디감은 아쉬운 점이다. 이를 흑맥주를 담았던 오크통에 한 번 더 숙성해 깊은 풍미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임슨 스타우트는 초콜릿, 헤이즐넛 커피, 버터스카치의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업계에서는 이를 '익스페리멘탈 캐스크' 일환으로 본다. 전통적인 양조 과정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특히 기원 위스키는 김창수위스키와 함께 국산 싱글몰트 위스키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국산 위스키는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개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기원 위스키는 '한국배치'라는 이름으로 국산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오크통을 활용한 한정판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의 위스키 애호가들에게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 낼 경우 효과는 상당하다.

현재는 위스키 종주국 못지않게 주요 위스키 생산국으로 뛰어오른 일본은 세계 2차대전 당시 오크통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자국의 '미즈나라'를 대체 오크통으로 사용했는데, 현재는 독특한 풍미와 희소성 덕에 더 높은 가치를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는 숙성 과정에 긴 시간이 필요해 실험적인 방식의 위험 부담이 적지 않지만, 성공할 경우 브랜드의 독창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특히 국산 위스키처럼 세계적인 인지도가 낮은 경우라면 더 '한국적인' 방식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