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마저 "백화점 가세요"…샤넬백 면세점이 40% 더 비싸다
환율 급등 여파…루이비통·디올 핸드백 '가격 역전'
관세 부담까지…면세점 샤넬백, 백화점보다 682만원↑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솔직히 말씀드리면 환율 때문에 저희 매장 판매 가격이 백화점보다 이미 비싸요. 세관에도 신고해야 하니 추가 세금 때문에 더욱 비싸질 겁니다. 꼭 여기에만 있는 제품을 찾으시는 게 아니라면 백화점에 가시는 게 나아요."(면세점 명품관 매장 직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후반대까지 치솟으면서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면세점 판매 가격이 백화점에 비해 불리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명품백 등 사치품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으로 인해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백화점의 동일 상품보다 40% 넘게 비싼 경우까지 나왔다.
23일 기자가 방문한 한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내 루이뷔통 매장에선 '카퓌신 핸드백(미디엄)'이 99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같은 건물 내에 위치한 루이뷔통 면세점에선 동일 제품의 가격이 7500달러로, 이날 매장에서 적용한 환율(1468원)을 고려하면 백화점보다 111만 원 더 비싼 1101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디올의 '카로 백(미디엄)'도 백화점 판매 가격은 590만 원이지만 면세점에선 4200달러(약 617만 원)로 27만 원 비쌌다. 샤넬의 '클래식 플랩(미디엄)'은 백화점(1666만 원)과 면세점(1만 1350달러·약 1666만 원) 가격이 같았고, 에르메스의 립밤 '로지 립 인핸서'도 백화점(9만 8000원)과 면세점(66달러·9만 7000원)이 비슷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여파다. 면세점은 상품 판매 가격을 달러로 책정하기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판매하는 백화점과 비교해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른다. 지난 21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1472원으로, 약 다섯 달 전인 6월 30일(1354원)보다 118원이나 올랐다.
명품백 같은 고가 상품의 경우에는 환율로 인한 가격 상승에다 관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현재 면세 한도는 800달러로, 입국 시 이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해선 세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같은 가격에 판매해도 실제로는 면세점이 더 비싼 것이다.
가령 이날 시내 면세점에서 1만 1350달러에 판매되는 샤넬 '클래식 플랩(미디엄)'의 경우 면세 한도인 800달러를 제외하면 1만 550달러가 과세 대상이다. 이에 대해 일정 수준의 관세, 개별소비세(사치품일 경우), 교육세, 부가가치세(과세 대상액+관세+개별소비세+교육세의 10%) 등이 붙고, 자진 신고하면 30% 감면된다.
관세청 '여행자 휴대품 예상세액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플랩'의 면세점 가격인 1만 1350달러를 입력하면 예상세액은 682만 350원(환율 1463.08원 적용)으로 추산됐다. 백화점과 면세점 가격은 한화 기준 1666만 원으로 동일하지만, 면세점은 세금 때문에 총금액이 백화점보다 41% 비싼 2348만 원이 되는 것이다.
면세점 명품관 매장 직원은 "꼭 구하고 싶은데, 백화점에 없는 제품일 경우에는 이곳에서 구매하는 분도 있지만 그 외에는 고객 입장에서 메리트가 없다"며 "지금 환율에 면세점에서 구매해 갖고 들어오시는 건 저도 추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면세점 대신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방문한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에는 국내 고객 및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10분 이상 대기한 끝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같은 건물 내 면세점 명품관은 상대적으로 한산해 바로 입장하기도 했다.
백화점 명품관 매장 직원은 "최근 환율 때문에 미국에서 핸드백을 사러 저희 매장에 온 분도 있을 정도로 외국인 고객이 크게 많아졌다"며 "국내 고객 입장에서도 백화점 가격이 저렴한 데다 세관 신고 등 복잡한 절차를 고려하면 그냥 방문해서 결제만 하면 되는 백화점을 더 찾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는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을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롯데·신라 등 대형 면세점 3사는 이달 들어 국내 제품을 달러로 판매 시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기존 13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했다. 기준환율을 높이면 국내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져 할인 효과가 생길 수 있어서다. 여기에 환율 보상 및 특정 간편결제 이용 시 할인, 적립금 등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다만 면세점 입장에선 해외 제품을 직매입할 때 달러로 결제하기에 기준환율이 높아질 경우 수입 원가가 높아져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각종 할인 혜택도 결국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올여름만 해도 환율이 낮아 국내 고객과 외국인 모두 면세점에 몰려 고가 상품을 많이 구매했다"며 "최근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조치로 전체 관광객 수가 늘어 방문을 기대했지만 정작 면세점에 오는 분은 적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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