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치솟는 원가 부담에 식품업계 '사면초가'
밀·대두·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 더 오르나…내수 중심 식품사 한숨
슈링크플레이션 단속 강화로 대응 여지 좁아져…가격 인상도 눈치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원·달러 환율과 유로화가 연이어 연고점을 경신하며 급등하자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점검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가격 인상도, 중량 조정도 쉽지 않은 '이중 부담'에 놓인 상황이다.
14일 서울외환시장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나들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국내 식품기업들은 통상 수개월 치 원재료 재고를 확보해 환율 변동을 일정 부분 흡수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고환율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나마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수출 대금이 원화로 환산될 때 이익이 방어되지만, 내수 중심 기업들은 원재료 비용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뛰면 가공식품 주요 원재료인 밀·대두·옥수수·팜유·코코아 등 원자재 매입 단가가 높아져 제조원가가 전반적으로 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라면업체들은 소맥분을 비롯해 팜유·대두 등 핵심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과업체들 역시 코코아·원당·버터 등 주요 원료 가격이 고환율 영향으로 급등해 원가 관리에 더욱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코코아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환율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을 근절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기업들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사실상 가격 조정도 중량 변경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마케팅 비용 삭감 및 조직 효율화 등 내부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환율과 원가 변동성이 계속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환율 상승이 오히려 순풍으로 작용하는 기업도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해외 매출이 원화로 환산될 때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식품이다.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서 순항 중인 삼양식품은 최근 반기보고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의 77%가 해외에서 발생했고 국내 매출 비중은 23%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소비자 반발이 크고 제품 중량을 줄이는 방식도 쉽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마케팅 축소나 판촉 예산 조정 등 내부 비용을 조절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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